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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여사 Aug 01. 2023

7.31 편지 4

일주일 만에 아들 목소리를 들었다

이쁜아! 주말에는 좀 쉬었어?

날이 어찌나 더운지, 낮에는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더라.

너무 더운 것도 힘들지만 학원은 종일 냉방을 돌리니까 쉬는 시간에 꼭 잠시라도 바깥공기도 마시고 산책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잘 때도 항상 비염 조심하고, 자기 전에 아예 약을 먹고 자는 것도 좋고.

쉬는 시간에는 공부하지 말고, 꼭 쉬도록 하고.

그래야 능률도 더 잘 오른대.^^


토요일에 우리 아들 목소리 듣고 하마터면 눈물 날 뻔했지 뭐야. 

엄마가 전화받았을 때 작은 이쁜이 머리 자르러 미용실에서 있어서 겨우 참을 수 있었지.

네 목소리가 나쁘지 않아서 그래도 다행이긴 했지만, 우리 아들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참 안심이 되면서도, 보고 싶은 생각이 더 커지는 거 있지.


힘들다는 얘기에 엄마가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평소 같으면 등짝 스매싱 날리고 세상에 힘들지 않은 게 어딨 냐고 했겠지만, 지금 너는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니, 더 힘내라 던가 참고 견뎌 이런 말은 못 하겠어. 

그렇지만, 3주라는 정해진 기간 안에 네가 세운 목표가 있다면 한 번쯤 죽었다 생각하고 해 보는 경험이 나쁘지 않다는 건 얘기해주고 싶어.


엄마가 한 회사를 오래 다녔던 건 알지?

사실 너를 낳고 출산 휴가 끝나고 회사 복귀하면서 둘째도 곧 낳을 생각이었어.

그런데 회사에서 엄마한테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생겼지. 

굉장히 힘들게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라 걱정과 불안도 컸는데, 한편으로는 엄마의 회사 경력에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기회가 될 것 같더라고.

그래서 아빠한테 얘기해서 엄마가 1년 동안은 회사 일에 집중해야 될 것 같으니 너를 키우는 것도 집안 일도 많이 도와달라고 했어. 너도 알다시피 아빠가 엄마를 지금도 많이 도와주지만, 그때는 더 많은 일을 같이 했거든.


그렇게 1년 동안은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정말 열심히 일했어. 

믿기지 않겠지만 힘들기만 한 건 아니고 지금도 엄마는 그 시절을 최고의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으로 기억해. 

엄마의 회사 인생에서 가장 반짝거렸던 시절이지. 

너에게도 앞으로 이런 순간이 분명 있을 거야. 

길게 보면 네가 성인이 되고 나서의 얘기겠지만, 수험생활만을 놓고 본다면 지금의 학원 생활이 비슷하지 않을까.


벌써 일주일이 지났고 이제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오늘, 

엄마는 네가 지치지 않기를 바라.

성적이 얼마큼 오르느냐보다 네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고 느꼈으면 좋겠어. 

엄마가 많이 부족해서 너한테 이런 말을 자주 못 해준 게 늘 후회되지만, 엄마는 너를 믿어. 

착한 우리 아들. 

고집세고 성격 나쁜 엄마 만나서 반항도 맘대로 못하고, 오히려 화내고 문 닫고 들어간 엄마한테 먼저 와주는 착한 큰 이쁜이.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해줘.

엄마가 내몰지 않고 다정하게 응원할게.


너한테 편지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쓴다고 하니까 이모가 그러더라.

평소에 말로 더 잘하라고. 

그래서, 엄마는 비대면에 더 강하다고 대답했어. ㅋㅋㅋ

맞는 말이지? ^^


엄마도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노력해 볼게.

힘내 아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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