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가고 싶어!
어린이날을 앞둔 2021년 어느 날.
“아들, 혹시 이번 어린이날에 받고 싶은 선물 있어?”
여느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변신 장난감을 좋아하는 만 다섯 살인 아들에게 물었다. 지난해 발 빠른 부모들로 인해 품절의 아픔을 겪고 뒤늦게 중고장터를 뒤져본 경험이 있던 터라 올해는 기필코 미리 선물을 준비해두고 싶었다. 아들의 입을 바라보며 ‘바로 찾아 구매 버튼을 누르리라!’ 마음먹고 있던 찰나, 돌아온 아들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음… 아빠, 나 이번 어린이날에는 캠핑 가고 싶어!”
캠핑.
지난해 여름 무렵, 아내의 2호기 임신 소식과 함께 캠핑은 자연스레 휴식기를 맞았다. 아내의 임신을 확인하고부터 캠핑을 쉬어왔으니, 마지막 캠핑을 다녀온 지도 벌써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텐트에서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이,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산새 소리가, 또 엄마와 아빠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해주는 시간이 아들은 그리웠던 걸까. 일상에선 회사 일과 집안일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부모였지만, 캠핑장에서 만큼은 온 힘을 다해 아들이 지쳐 잠들 때까지 함께 놀았던 아빠와 엄마였기에 캠핑을 가고 싶어하는 다섯 살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됐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이제 우리는 세 식구가 아니다. 아직 밤과 낮을 구분 못 하고 먹고 자고 싸고 또 먹기를 반복하는 생후 60일 갓 지난, 다섯 살 터울의 어린 동생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끝이 보이지 않는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해외 여행길이 막힌 다수의 여행러들이 캠핑에 입문하며 캠핑족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였다. 평이 좋은 캠핑장 예약은 알아볼 새도 없이 마감되기 일쑤였고 국립공원 야영장과 지자체의 휴양림은 올바른 거리 두기 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는 정부 시책에 따라 평소의 절반 규모만 운영을 하고 있었으니 수요와 공급의 저울은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졌다. 야영장 예약의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아직 마스크도 쓸 수 없는 갓난아기와 캠핑장에서의 하룻밤은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캠핑을 원했다. 동생의 탄생으로 혹시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염려했던 지난 두 달간, 첫째로서 또 오빠로서 닥쳐온 변화를 의연하게 받아들여 준 다섯 살에게 이번 어린이날만큼은 행복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어떤 장난감이든, 반드시 구해서 안겨주고 싶었던 아빠 마음이었는데 ‘캠핑'이라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내와 상의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아내는 ‘그럼 둘이 다녀오면 되지!’라는 현답을 내어놓았다.
아빠와 아들, 둘만의 캠핑이라……. 고민 끝에 조심스레 아들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