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 ; 조아저씨 창의건축 체험
9년 전 오늘 다짐했던 글이다. 내가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를 최초로 시작한 때가 2010년이니 올해로 13년째다. 시작할 때는 내 나이 60까지는 현역으로 이 일을 할 생각이었으나 요즘은 더 오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다른 이들이 안 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소양이 높아지면 그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 아파진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회는 더 발전하게 된다. '식' 분야에서 백종원이라는 걸출한 인물 덕에 대중에게 레시피가 공개되며 요식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수준 높은 대중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 위해 이전보다 더 노력하게 되었다. '의' 분야도 마찬가지다. 감각과 센스가 좋은 대중은 더 멋진 결과를 요구하며 우리나라의 의류업계와 섬유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주', 즉 건축 분야는 어떠한가? 대중의 건축 소양은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몹시 부족한 수준이다. 안 가르치기 때문이다. 왜 안 가르칠까? 가르치면 대중의 건축 소양이 높아질까 염려하는 때문이라 생각한다. 대중의 건축 소양이 높아진다면 자신의 여건에 맞는 주거 환경을 원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대기업 중심의 획일적인 아파트 공급은 차질을 빚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가 건축을 몰라야 공급자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대기업은 지금껏 그렇게 일을 해왔고, 국가는 묵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축문화는 건축주들의 수준에 맞게 형성되게 된다. 다시 말해 좋은 건축문화는 좋은 건축주로부터 출발한다.
2009년에 이런 깨달음을 얻고 준비해 2010년부터 '조아저씨 건축창의체험' 이란 브랜드로 건축교육 분야에 뛰어들었다. 생각한 사람이 실천하지 않으면 먼저 나서서 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먼저 실천하다 보면 차차 따라오는 사람과 단체가 생기기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올해 13년째가 되도록 아직도 혼자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간헐적으로 어린이 건축교육을 어디선가는 하고 있겠지만, 서로가 서로의 존재와 활동을 인식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오늘도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사실 함께 즐겁게 놀았다.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하는지 모른다. 이런 활동을 보며 선생님들도 매우 좋아하신다. '조아저씨 창의건축 체험'은 집에 대한 본능을 자극하는 놀이다. 자신의 집을 개성 있게 만들면서도 서로가 협동하며, 독특한 기능과 디자인을 구현하되 차별화를 하느라 애쓴다. 어린이들이 블록을 쌓아 만든 작품들은 하나하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나도 이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고 뿌듯해하며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내가 가르친 이 어린이들이 앞으로 어른이 되어 좋은 건축주로 자라나면 그때는 우리나라가 최고의 건축문화 선진국이 되리라 믿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와 미래 세대를 위해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소양 높은 건축주가 수준 높은 건축을 요구를 할 수 있다. 전문가인 건축사와 시공자는 더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하니 보다 더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의 건축문화 수준도 높아지고 발전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인가.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건축주의 소양을 높이는 일을 나라가 안 하고, 전문가 집단도 안 하고 관련 산업체 업계도 안 하고 있으니, 이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라도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나 살아생전 우리나라가 대중에게 건축을 가르칠 그때가 오기를 소망하고 있지만, 결국 '나라'가 안 하면 '나'라도 한다는 마음은 변함없다.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오래오래 할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르치며 '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를 오래도록 수행하려 한다.
#좋은건축주만들기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