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원용 Jul 26. 2023

서각으로 간판 만들기_ 조아저씨 건축 창의체험

살면서 못해 본 일이 많지만 그중 2가지를 한꺼번에 해보려 한다. 소위 일석이조다. 첫째는 회사 간판을 걸어 본 적이 없다.  1997년에 건축사 면허 취득(지금은 건축사 자격으로 바뀌었지만 라떼는 면허였다.)하고 1998년에 건축사사무소를 오픈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회사 간판이 없다. 또 다른 교육회사인 '창의체험'도 그렇다. 둘 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서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나무를 워낙 좋아해서 가구도 만들고 나무로 하는 다양한 일을 해 봤지만 서각은 못 해 봤다. 간판과 서각,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서각으로 간판을 만드는 것이다.


이전에 짬뽕집 개업할 때 서각용 간판으로 쓰라고 지인에게 준 목재가 있는데 마침 그 짬뽕집이 폐업하여 간판이 필요 없게 됐다기에 그걸 다시 얻어왔다. 좋은 목재 판재야 많이 있지만 단순 사각형이 아닌 적당히 예쁜 곡선으로 된 맘에 드는 나무는 구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었다.


기존 서각을 전기 대패로 다 밀어내고 벨트샌더로 면을 고르게 한 후 내 브랜드인 '조아저씨 건축 창의체험' 로고를 적당한 크기로 출력해 붙인 후 글자 모양 대로 끌을 이용해 자국을 내고 음각으로  파기 시작했다.

 

서각을 배운 적이 없지만 칼이나 끌 등 날카로운 도구를 다룰 때는 날 끝이 항상 신체의 반대방향으로 향해야 한다는 안전수칙은 평소 지키는 지라 끌과 조각도로 조심스럽게 조금씩 파냈다. 어제는 '조아저씨'를 음각으로 팠다. 목재는 은행나무로 추정하는데 결이 곱고 목질이 치밀하다. 작업성은 나쁘지 않지만 군더군데 부식한 부분이 있어 자칫하면 통째로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오늘은 '건축'이란 단어를 새겼는데 어제보다 익숙해진 탓인지 깊이가 더 깊어졌다. 우드카빙을 할 때 주의할 점은 나무의 결 방향을 잘 읽어야 하는 것이다. 결을 잘 못 읽으면 깎이는 대신 뜯기면서 망치기 때문이다. 순결 방향으로 조각도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업 중 엇결을 만나면 그때는 결의 직각방향으로 끌질을 해야 한다.


아무튼 하루 해보니 좀 나아지기는 한 것 같다.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일이지만 서각 연습 겸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볼 생각이다. 이것도 일이라고 작업하는 동안 땀이 꽤 난다. 사진을 찍고 보니 '건축'의 'ㄴ' 받침의 코너가 깨져 있음을 발견했다. 하필 거기가 썩은 부위라 깎을 때 떨어져 나간 모양이다. 성형수술로 살을 만들어 붙여야겠다.


내일부터는 '창의체험'을 새긴다.


#서각 #간판 #조아저씨건축창의체험




매거진의 이전글 입술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