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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Sep 01. 2023

느티나무 우드슬랩 테이블을 떠나보내다

6~7년 전 목공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만들었던 느티나무 고사목 우드슬랩 테이블이다. 목재 판매하는 곳에 당당하게 서 있었던 이 나무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너무 예뻐서 "와! 너 나하고 함께 집에 가자."라고 말을 걸었었다. 거칠었던 상판 표면에 철자를 이용해 일일이 높이를 확인해 가며 평면 샌딩을 해서 면을 잡았다. 아마 그때 마신 나무가루가 한 바가지는 됐을 거다. 생옻칠을 접칠 기법으로 4회 발랐고 처음으로 끌질을 정교하게 해서 나비장도 3개를 박았다. 다리까지 디자인해서 붙이기까지 약 한 달간의 힘들고 정성스러운 수작업을 거쳐 태어난 아이다.


그동안 정말 아끼고 애지중지 보관했지만 사용 빈도가 너무 낮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해 매우 미안했었는데, 오늘 오래전부터 이 테이블을 좋아했던 친구에게 떠나보냈다.(사실 팔았다.) 아쉬움이 크지만 평택으로 건축사사무소를 이전하는 친구의 사무실로 가는 것이고 그곳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이용될 것이기에 한편 기쁘고 다행으로 생각한다. 가끔 그곳에 가면 또 볼 수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이 테이블의 다리 옆 상판 하부에는 은밀한 부분에 있는 타투처럼 자연의 솜씨로 새겨진 하트 문양이 있다. 이 하트는 처음 만들 때부터 이 목재가 나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애착을 갖고 만들게 했었다. 옻칠을 처음 했던지라 주의부족으로 온몸에 옻독이 올라 말 그대로 한 달 동안 정말 개고생을 했었는데 그런 만큼 이 테이블에 대한 애착도 컸었다. 우드슬랩 테이블이야 다시 만들면 되지만 이런 특별한 나무와의 만남은 다시없을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한다. 아마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떠나보낼 때와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트럭에 실어 그냥 떠나보내는 게 못내 아쉬워 나도 따라가 함께 거들며 자리를 잡았다. 새로운 곳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잘 사용되길 바란다.


#느티나무 #고사목 #우드슬랩 #테이블 #옻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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