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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jin Nov 17. 2023

2023/11/17
나에겐 어려운 그녀들

(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

(사진은 아르텍 공홈)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벌써 11월이다.

  저번주 아이 학교의 오피스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학생회를 하고 있고, 몇 되지 않은 한국 아이라 내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온 것이리라 추측이 된다.  한국 커뮤니티와 연락이 가능하냐고 가능하다면 한국 학생들의 부모님들과 대화를 놔두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냐고. 위챗 그룹이 있고 개인적으로 만나보진 못했으나, 그 그룹에 연락을 하면 될 것 같다고 하고 흔쾌히 내가 하겠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한국 엄마들을 단순하게 보고 일이 간단할 거라 생각을 한 거다.


 나는 그들과 개인적으로 만나지는 않았다. 한 명 정도 같은 캠퍼스 엄마와 연락을 하고 있으나, 그들이 단체로 모여 브런치를 하거나 저녁 술자리를 가지거나 혹은 노래방을 간다거나 (그들이 탬버린을 치며 술병을 쌓아놓고 노는 그런 동영상을 그 단체 위챗방에 올릴 때마다 놀라기는 한다) 그런 자리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나는 유흥을 좋아하지 않고, 더구나 근본적으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그것은 그들의 친분을 쌓는 방식이라 인정하기로.....


  아무튼 학교에서 이런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하고 나에게 연락이 와서 그런 자리를 원하냐는 메시지를 올리자마자 그곳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누구는 왜 자기에게 연락이 안 왔는지 의아해했고 (살짝 삐진 듯) 아무도 답을 하지 않았다. 평소 누가 한마디만 해도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달리는 답글과 이모티콘 그리고 감탄사, 좋아요 등등과 달리... 그건 아마도 내가 그녀들과 친목 모임을 가지지도 않고, 무슨 이유인지 미움을 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하다.  이것은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고 학교에서 한국 아이들을 위해 의견을 들어보고 ( 몇 명의 아이들이 적응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학교를 통해 들었다) 해결점을 찾자는 공적인 일 아닌가?   중간에 끼인 나의 입장으로선 참..... 기분이 묘했다. 하루가 지나서야 누군가가 그런 자리가 좋은 거 같다. 참석할 의사가 있다고 하자 갑자기 줄줄이 자기도 가겠다며 답글이 달렸다. -- 나만 뺀 단체방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거기서 밤새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런 자리를 한국 커뮤니티도 원한다고 학교에 알리고, 거기서 날짜와 장소를 정해주고 나는 또 그 일정을 공지하고, 몇 명이 참석할 것인가를 알려야 했기에, 참석이 가능한 사람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만 하루가 지나......  몇몇이 참석이 가능하다고 했고, (1/4이 안 되는 인원이다) 대부분은 일정이 있다느니, 약속이 정해졌다느니, 병원에 간다느니, 한국에 가봐야 한다느니, 점심 약속이 있는데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등등의 이유를 대고 못 가겠다고(안 가겠다가 맞을 듯) 답글을 달았다. 그것도 누가 하나 달자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그냥 보통의 국제 학교는 아니다. 유럽의 언어를 하나 더 한다는 것,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다 큰 아이들을 이 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여간 용기 있는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 언어를 집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평소 우리가 접하는 서양의 문화는 미국의 문화인데, 이곳의 문화는 또 다르다. 미국 학교도 보내보고 이곳도 보내봤지만,  결이 완전히 다르다. 꼭..... 같은 아시아 나라라도 중국과 일본과 한국의 국민성이 완전히 다르듯.   학교에서는 최선을 다해 그 간극을 줄여주려고 노력하는 중인 거 같다. 학교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갈수록 비싸지고, 외국 학생들은 줄어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국제 학교의 길을 가야만 하고 (중국 아이들, 한국아이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쩌면 처음 접해 보는 나라의 문화나 교육관이나 생활을 알고 싶어 해 그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상을 품고 함부로 보낼 학교는 아니다. 아이는 외롭고,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곳에서 전혀 접해 보지 않는 문화 환경 속에서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부모를 위한 언어 수업을 열어 주었고, 나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가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그 교실에 가서 다른 학부모와 수업을 듣는다.  남편도 매주 한번 저녁에 그 수업을 들으러 간다. 우리는 너무 고맙다. 그전에는 문화원으로 가거나, 그곳에서 하는 온라인 수업을 들었는데, 이렇게 학교를 가니,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선생님들이 어떻게 가르치는지, 그리고 스몰토크를 하면서 같은 처지의 학부모들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하지만 어느 수업에서도 한국 아이의 부모는 볼 수 없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 가면 말 한마디 못해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멍하니 앉아  빵을 뜯어먹거나,  아이들 발에 툭툭 치이면서 구석에 있는 한국 아이들을 본다.  내 아이는 아니지만 마음이 아프다.

 '저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가장 이쁘고 빛나는 학창 시절을 외롭고 힘들고, 소통할 수 없는 시간으로 기억할 텐데....'


 이곳 어느 국제 학교를 가도 한국 아이들은 있다. 성적도 좋고, 예의 바르고 순한 한국 아이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일 년에 두 번 있는 상담날에도 오지 않는 학부모들, 아이 학교 생활에 관심 없는 아빠들,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학부모들, 학교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한국 엄마 대표, 학년 대표, 한국이라는 이름을 달아야 단체로 나타나는 인터내셔널데이에 밥 퍼주는 한국 엄마들(김밥, 비빔밥, 닭강정은 그들의 대표 메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르르 뭉쳐 다지는 같은 학교 한국 엄마들의 친목 모임들, 스터디 모임...... 그리고 그들끼리 견주고 비교하고, 파가 갈리고, 편들어 싸우고, 남의 아이를 비난하고, 왕따 시키고.....  아이들은 주눅 들어 있다.


무엇을 위해 그러는지 왜 그러는지 이제는 알고 싶지도 않다. 

포장은 아이를 위해서라 하지만 결국 이곳이 외로워 그저 친목 모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무튼 모두가 가정주부이지만, 2주 전부터 일정이 잡혀 있어, 아이 학교 미팅에도 나올 수 없다는 어머님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참석하니까 자기가 원하는 질문을 정리해서 알려줄 테니 가서 물어봐달라는 (나는 그 사람의 비서가 아님을 분명히 알렸음에도.., 이미 잡힌 일정이라도 생계가 달리거나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이 아니라면 하루 정도는 변경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 것일까?)  어머님들...... 그녀들은 복잡하고, 애처롭다. 아이엄마가 되어서도 40,50이 되어서도 어느 집단에서 (사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소외되기 싫고, 혼자 지내기를 두려워한다.


 나는 가끔 정말 한국인 엄마인 것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절대로 친해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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