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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 이진성 Jul 22. 2022

빛나는 인간

정오의 순간

전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가던 중

역 이름을 착각해서 일찍 내려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께 저의 면밀하지 못했던 행동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늦음에 대한 허락을 구한 후 목적지까지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도 지금 같은 여름이었습니다.

저는 공업사가 즐비한 한 거리를 걷게 되었습니다.

목이 말라올 것을 알았기에 손엔 작은 물병이 들려있었죠.


걷다보니 눈을 자주 찌푸리게 되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들이 워낙 빛을 강하게 반사하는 통에

앞을 보는 것이 방해될 지경이었거든요.


아무래도 목적지를 향해 가는 중이었으니

저는 눈살이 찌푸려질 수록 걸음을 더 서둘렀습니다.


그렇게 빛을 반사하는 유리 조각을 다섯 번째 만날 때쯤,

온통 심통이 난 채로 "이 거리는 왜 이 모양인거야" 라며 주변을 둘러보곤

이내 머리가 멍- 해졌습니다.


반짝임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바닥에 널부러진 비닐 봉지, 제 손에 들린 싸구려 생수 병,

그리고 녹이 슬대로 슨 공업사의 철제 간판까지

온통 반짝거리고 있음을 저는 발견해버렸습니다.


빛이 없으면 보석이 반짝일 수 없듯

빛이 있기에 우리는 반짝거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오의 시선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존재감이 뚜렷해졌습니다.


다행이 정오의 순간은 매일 찾아오기로 한 모양입니다.

저는 매일 한 순간에는 빛날 작정입니다.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보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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