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기후의 위협
모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백해무익한 녀석이다. 내가 지금 모기에게 잔뜩 물렸다고 화가 나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모기 매개 감염성 질환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황열, 지카, 웨스트나일, 치쿤구니아, 리프트밸리..
요즘 우리나라도 말라리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기사가 연일 나오지만,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할 때에도 풍토병화된 곳에서는 말라리아나 뎅기열은 흔하디 흔하면서도 절대 극복되지 못하고 매년 수십만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새로이 지카바이러스라는 것이 유행할 때에나 우리는 모기에 조금 관심을 기울였다.
다른 측면을 보더라도 말이다..인수공통전염병을 유발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들에는 우리가 한동안 그렇게나 미워하던 박쥐도, 가끔 급부상하던 천산갑이나 낙타도, 일상의 돼지나 양, 조류들, 철새들도 있지만 엄연히 종 간의 차이에 의해 쉬이 전파되지는 않던 것들의 경계를 몽땅 허물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이 모기라는 녀석이다.
익충도 아닌데, 이렇게 인간에게도 다른 동물들에게도 위협만 되는 녀석들을 어떻게 서서히 라도 해치워버릴 순 없는 건가.
WHO에서도 전 세계의 공중보건을 위해 오래전부터 모기퇴치를 위한 갖가지 방법들을 생각해 왔다. 단순한 살충제 사용부터 유전자조작을 통해 다음 세대에서 점차적으로 생식이 어렵도록 하거나 암수를 기능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이 고려되었지만 그중 어떤 것도 전 세계 규모로, 부작용 없이 시도할 수 있으면서도 비용 대비 효과를 적절히 나타내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없었다.
유전자조작을 이용하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유전자변형식품(GMO)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알 수 없는 것으로 쉬이 접근할 것이 못 됨에도 의견만 분분하던 과거와 달리 조심스레 시도되어 가는 모양새다.
Arbovirus로 통칭되며 기생충, 절지동물류 등으로부터 매개되는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들은 대체로 뚜렷한 치료방법이나 백신이 없다. 감염이 흔한 뎅기바이러스 역시 혈청형의 다양성으로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있는데, 거의 유일한 백신 역시 예방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다. 이버멕틴, 펜벤다졸 등의 구충제가 치료에 활용되기는 하지만 명확하게 치료제라 하기는 어렵다.
기후변화와 산림감소, 도시화로 인해 모기 서식지는 인간에게 더욱 가까워지고, 인간의 이동에 의해 서식지의 경계도 모호해지며, 물 웅덩이와 상하수도 관리 등의 이슈까지. 모기 개체수와 매개질환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는 환경이다. 모기와 같은 벡터 컨트롤은 미래에라도 과연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