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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드 Oct 30. 2024

무기력

나름 열심이인 사람들의 패턴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빨리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직도 반쯤 풀린 눈으로 갑자기 쏟아지는 스마트폰 눈뽕을 애써 무시하며 숏폼 영상만 봅니다. 아마 나의 전체 몸에서 엄지가 제일 부지런 한 녀석일지 모릅니다.

Ai미드저니를 통해 에곤쉴레 풍의 무기력한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학습되었거나 세뇌되었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너 이러면 안 돼"라는 급해지는 마음의 소리가 올라오려 할 때, "어쩔 건데, 인생 뭐 있어?!"  치트키 멘트로 단숨에 제압해 냅니다.

아무래도 열심히 살았는데,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 나와 누워 농성 중입니다.
아니, 아무런 힘이 나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열심'이 열심히 아니게 된 것 같은 배신감에 또 엄지만 더 가열하게 움직입니다.
이상하리만큼 몸이 쳐지는 건 왜일까요? 열정적이던 일주일 전보다 가뿐함은커녕, 덤벨로 온몸을 고정해 놓은 것 같습니다, 어디서 봤던 진공포장된 인간을 주제로 한 광고와 비슷한 몸상태입니다.

뇌, 이 녀석이 눈치채고 미리 몸에 파업하라 긔띔했나봅니다.

애써, "오늘만 오늘만..." '뇌'이며 이 친구를 진정시킵니다.

새로운 하루를 다시금 애써 받아들여 봅니다.
20분의 뒤척임을 뒤로하고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합니다. 잠한숨 못 잔 몰골인 놀라운 모습입니다.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나 사뭇 놀란 상대와 대치하며 처진 얼굴 차가운 물로 씻어내려 어릴 적 목격한 강렬한 아빠세수로 스스로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하루가 길 것 같습니다
퇴근할 때 윤종신의 '지친 하루'를 찾아 듣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싶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부디 온몸이 긴장한 이등병몸처럼 한결 가벼이 기상알람 소리에 직각기상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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