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빨리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직도 반쯤 풀린 눈으로 갑자기 쏟아지는 스마트폰 눈뽕을 애써 무시하며 숏폼 영상만 봅니다. 아마 나의 전체 몸에서 엄지가 제일 부지런 한 녀석일지 모릅니다.
Ai미드저니를 통해 에곤쉴레 풍의 무기력한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학습되었거나 세뇌되었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너 이러면 안 돼"라는 급해지는 마음의 소리가 올라오려 할 때, "어쩔 건데, 인생 뭐 있어?!" 치트키 멘트로 단숨에 제압해 냅니다.
아무래도 열심히 살았는데,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 나와 누워 농성 중입니다. 아니, 아무런 힘이 나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열심'이 열심히 아니게 된 것 같은 배신감에 또 엄지만 더 가열하게 움직입니다. 이상하리만큼 몸이 쳐지는 건 왜일까요? 열정적이던 일주일 전보다 가뿐함은커녕, 덤벨로 온몸을 고정해 놓은 것 같습니다, 어디서 봤던 진공포장된 인간을 주제로 한 광고와 비슷한 몸상태입니다.
뇌, 이 녀석이 눈치채고 미리 몸에 파업하라 긔띔했나봅니다.
애써, "오늘만 오늘만..." 되'뇌'이며 이 친구를 진정시킵니다.
새로운 하루를 다시금애써 받아들여 봅니다. 20분의 뒤척임을 뒤로하고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합니다. 잠한숨 못 잔 몰골인 놀라운 모습입니다.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나 사뭇 놀란 상대와 대치하며 처진 얼굴 차가운 물로 씻어내려 어릴 적 목격한 강렬한 아빠세수로 스스로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하루가 길 것 같습니다 퇴근할 때 윤종신의 '지친 하루'를 찾아 듣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