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 내려가면 마당에 서있는 장독대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러다가 문득 의식하게 된다. 그 순간부터 내용이 궁금해진다. 메주가 잘 숙성 중인가? 언제 담근 메주일까? 언제쯤 어떤 모습으로 맛을 채워주는 녀석이 되어줄까? 이런 기대감에 괜히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곤 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봤다. 숙성의 시간과 혼자인 시간은 결이 비슷하다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해가 쨍하게 비출 때든 습도가 높아 무너질 것 같은 상황이어도 그 자리에 굳건히 있어야 할 때가 분명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장독대의 숙성시간이 왠지 처량맞아 보일 때가 있다. 그리고 대견하다.
사람도 시기적으로 혼자 있어야 할 때가 있다.
시기적으로 그런 순간을 원치 않게 만끽하고 있다.
썩는 과정인 것인가 발효되는 과정인가 하고싶은 말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한데 사실 조급함이 크기때문에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이 든다. 나의 조급함은 한 달 안에 간장과 된장이 되고자 하는 메주와 같다.
맛은 최악일 거고 썩은 맛일 것이다.
기다림,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맛을 내려면 견뎌야 한다.
필수적이다. 인간이 된장은 아니어서 다행이다만 그런 순간을 버티고 있는 이들은당장 오롯이 꽉차있는 통이 버겁기만 하다. 숨쉬기도 어렵다.
과정을 지나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로 인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마디하고싶다.
우리는 된장, 간장이 아니다.
그러니 걱정 마라, 다만 괜찮은 인간이 되고자 한다면 혼자 있는 시간은 우주의 별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찬란한 순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