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굴러다니던 헤진 사진을 보았어.
이따금 생각나지도 않았으니
기억에서 아주 잊혀진 모양이지.
아빠의 목마를 타고 하늘과 악수하던 때야.
한편으론 경외감도 들던 그 우뚝함이,
세월에, 술에, 쪼그라들고 불어서
저만치 밀어둔 모양이야.
나는 참
행복보다 불행을 기억하기 쉬운 사람이야.
그러니 사랑을 행복이라 칭할 순 없어.
난 너를 오래 기억하고 싶거든.
서운함을 씻어내면서
물자락보다 더 크게 울어도
난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
내 사랑이 불쌍해,
이렇게 미숙한 주인을 만나 이리저리 구르고 다치는.
그래서 더 확실하고 기억하기 쉬운 마음이야.
몇 줄의 문장으로 가둬두기엔 아까운 마음이지.
그래서 더 꺼내어 두려고.
내 불행엔
너에게 너와 같은 사람이 되어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날 향한 미움이 담겼어.
슬프고 잔인한 그 마음을 새벽마다 곱씹는 걸 보니,
난 너를 너무 사랑해.
너는 그런 내 사랑을 만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