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내가 태어나고 엉엉 울었대.
자아낸 숭고한 새 생명에 대한 감격, 뭐 그런 지지근한 이야기인 줄 알았거든.
세상에, 너무 못나서 울었다지 뭐야.
촉진제를 맞고 퉁퉁 불어서 눈코입 구멍 찾기도 힘들었다라구.
나만 그렇겠어?
뽀송하니 태어나는 애기가 어디 있겠냐구.
물에서 헤엄치다 나왔으니 허옇게 불지 않고 벌겋게 태어나길 얼마나 다행이야.
갓난아기 쪼로록 앉혀다가 내 새끼 찾는 일은 여간 사랑이 아니고서야 힘들지.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다 얼굴 없이 태어난다 이 말이야.
지을 수 있는 표정이라곤 울 때의 찡그림만 동물적 감각으로 지고 태어나니까,
무슨 울음인지 해석 못할 도화지만 가지고 있다 해야지.
그러다가 얼굴을 서서히 한 겹, 두 겹 쌓아 올리는 거야.
얼굴은 가죽 한 덩이가 아니야.
겹겹이 쌓아올린 각질 같은 거란 말이지.
그러다 보면 보이기도 해.
지금은 환히 웃고 있는 저 얼굴 아래,
부러진 구두굽을 손에 쥐고 등을 말아접은 어제나
잠깐의 그늘짐 아래,
가족들과 밥값 걱정 없이 시킨 푸짐한 외식에 웃고 있는 그제 같은 거 말야.
결국 얇은 한 겹은 겹겹이 쌓아올린 각질을 이길 수 없거든.
나도 내 얼굴이 생겼다던가,
그런 얼굴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거,
슬프기도 해.
순수하게 산다는 게 쉽지 않아.
태초로 돌아가는 건 내 얼굴을 뜯어내야 하는 건데,
나는 얼굴 없이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