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by 브라이언


한여름 밤의 불청객이 나를 깨운다. 남의 피에 집착하는 이 미물은 자신이 약한 손짓 한 번으로도 죽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듯 내게 덤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모기와의 조그마한 사투를 벌이고, 곧이어 나를 괴롭혔던 먼지 같은 생물은 붉은 피를 사방으로 내뿜으며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할 생을 마감한다.


모기는 자신이 이런 최후를 맞을지 알고 있었을까. 무의미한 존재의 무모한 도전은 스스로의 파멸로 이어졌고, 나는 납작해진 찌꺼기를 보며 한껏 비웃는다. 제 분수를 모르는 이의 시체가 토해낸 오물은 하얀 휴지 위의 작은 검붉은색 점으로 남는다. 기껏해야 두세 방울 정도 되는 피를 모으기 위해 목숨을 바친 사냥을 나가는 모기를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연약한 미물의 굴뚝같은 의지는 결국 누군가 자신의 붉은 선혈을 헌납하게끔 했지만, 정작 모기 자신은 산산조각 나는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애석함과 한심함이 섞인 오묘한 감정이 고개를 내밀며, 갑자기 모기가 간직하고 있던 피가 누구의 것일까 궁금해진다. 보잘것없는 모기에게마저 패배한 진정한 열패자는 누구란 말인가.


나는 다시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새벽이 불러일으키는 부드러운 광기 때문일까, 쉽사리 잠이 오질 않는다. 흰 휴지 위에 검붉은 혈흔이 번지는 영상이 머릿속에 맴돈다. 모기를 향한 손짓이 과연 내 편한 잠자리를 위해서였는지 생각해본다. 한낱 모기의 먹잇감이 되었다는 패배의식에서 싹튼, 유치하고 찌질한 분풀이가 아니었을까.


밤하늘을 담은 창에 비친 내 모습은 똑바로 보고 있기 힘들다. 검은 창 속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는 뭉개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기의 잔해에게 일종의 부러움을, 심지어는 약간의 존경심까지 느끼고 있었다.


발목이 가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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