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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만의제주 Sep 13. 2022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면 명소가 된다.

녹산로와 신산공원

녹산로는 봄 제주의 대표명소이다.

산방산도 전통적 유채꽃 명소로 유명한데

제주도에 살아보니 산방산 부근에는 겨울에도 유채꽃이 피기 때문에 봄이 왔다는 느낌이 덜하다.


나는 제주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봄을 기다리며, "봄의 유채꽃"을 기다리는 편이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는 가로수가 벚나무이고, 그 아래 유채꽃을 심어주시는데 10km 거리를 달리는 동안 쭉~ 꽃길이다. 가시리 풍력발전기가 멀리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조랑말 체험공원의 말 조형물이 함께 보이면 또 새로운 풍경이 된다. 정말 힐링 드라이브를 할 수 있어서 차가 밀려도 행복하다.


녹산로, 조랑말 체험공원의 말조형물을 지날 때.

  녹산로가 가시리에 있어서 "가시리 유채꽃길"로도 불리는데 길에만 유채꽃이 있는 게 아니다. 일대에 "유채꽃 플라자"가 있어서 아주 광활한 유채꽃밭을 조성하신다.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 아이들이 꽃을 별로 안 좋아해서 내리는 건 엄두도 못 냈다.

2020년 봄, 왜 놀이터가 없냐며 내리지도 않았던 5세 첫째.

"제주살이" 하면,

아이들이 초록 잔디를 달리며, 계절마다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감상에 젖을 것만 같았는데 그것은 정확히 나의 환상이었다.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 자연 그 자체를 누리고 즐기는 건 15개월쯤까지였다. 제주 돌담에 돌멩이를 주워 끼우는 것이 재밌던 그 시절뿐이었다.

놀이터가 없으면 내리지도 않았다.

  이 아름다운 녹산로에, 심지어 "벚꽃과 유채꽃이 함께 피어있는 기간"에 딱 맞춰서 달려왔는데 내리지도 않았다. 정말 이럴 줄 몰랐다. 흑.


2020년엔 녹산로를 드라이브만 했었고,

2021년엔 차에서 내려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왔다.

2022년엔 녹산로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새로운 유채꽃 & 벚꽃 명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유채꽃 & 벚꽃 명소가 되려면 벚나무 아래 유채를 심어야 한다. 유채는 봄마다 심어야 꽃 피우고, 벚나무는 봄마다 새로 심을 수 없다. 벚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풍성한 꽃을 피우려면 오랜 기간 가꿔져야 하기 때문에 이미 자리 잡은 벚나무 아래 봄에 때맞춰 유채를 심어주셔야 한다.


신산공원 (2022년 봄)

  2022년엔 신산공원에서 벚나무 아래 유채꽃밭을 조성해주셨는데 감사하게도 이 공원엔 킥보드나 자전거를 타기 좋은 넓은 광장과 "놀! 이! 터!"가 있었다.

심지어 오래 자리 잡고 있는 야자수도 있어서 야자수와 벚꽃, 유채꽃을 사진 한 장에 함께 담을 수 있었다.

신산공원 놀이터. 도심에 있어 사랑받는 공원이다.

  꽃 안 좋아하는 아이들과 꽃구경을 할 때는 동선을 잘 짜야한다. 절대 놀이터 근처에서 출발하면 안 된다. 출발지점을 꽃밭으로, 목적지를 놀이터로 설정해야 자연스럽게 꽃구경을 하게 된다.


  일부러 꽃밭 근처에 주차하고 지나가도록 유도해서 아이들의 모습을 꽃과 함께 담았다.

놀이터로 걸어가는 길.

  그렇게 담게 된 꽃놀이 사진이다. 이렇게 철저히 계획적인 꽃구경을 해야만 아이들의 불평, 불만 없이 꽃놀이를 할 수 있다.

"여기 앉으면 과자 주지"

  꽃을 배경으로 앉혀서 간식을 주면 또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아이들이 즐겁게 다녀야 어른들도 힘이 덜 들기 때문에 열심히 계획한다.


  며칠 전 우도에 다녀왔는데 그때도 "우도 놀이터"를 찾아 배에서 내리자마자 들렀다.


  나처럼 때마다 고심하시는 부모님이 계실 것 같아서 그때그때 아이들과 들르기 좋은 곳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하고 있는데, 소통을 활발히 하지 않는데도 팔로우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 신기하다.

  부모님들이 찾는 곳이 비슷한 걸 보면, '아이들은 다들 비슷한 걸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재밌다.


놀이터 중심적인 삶.

봄엔 "놀이터 중심적인 꽃놀이"로 연장된다.

내년 봄에도 신산공원 벚나무 아래에 유채꽃을 심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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