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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May 19. 2024

주말 오전

내가 행복해지는 시간

민소매 티셔츠에 얇은 카디건을 걸치고, 고무줄 허리의 펄럭거리는 리넨 통바지를 입는다. 사각 천가방에 책 한 권, 노트와 볼펜, 차키와 지갑을 챙긴다. 뒷굽 없는 말랑거리는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아파트 광장을 가볍게 두어 바퀴 걷는다. 새소리도 듣고, 나뭇잎, 잔디 풀색으로 계절을 느낀 다음 차로 이동한다.


자동차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카페로 향한다.

내가 좋아하는 4층 창가 자리.

5,6층에 비해 풍경이 탁 트이지 않아서인지 테이블 3개가 고작인 4층 좌석은 웬만해선 사람들이 안 온다. 그렇지만 난 지금 앉아있는 4층 창가자리를 좋아한다. 약하게 들려오는 주문을 주고받는 소리, 커피 원두 분쇄 소리, 얼음을 컵에 담는 소리, 접시 달그락 소리, 승차 구매를 위해 창가 앞으로 지나가는 자동차 보는 재미.

나를 위한 공간인 양, 그 속에서 오롯이 앉아 책도 읽고, 노트에 써 보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가끔은 빵도 먹는다.


토요일, 일요일 오전 서너 시간.

이 정적이고, 정갈한 호사를 기꺼이 누리고자 진심으로 노력한다. 이 시간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콩나물 다듬기, 브로콜리 데치기, 두부를 구워 먹을 건지, 조려 먹을 건지 생각하기, 욕실 청소, 이불 털기...... 이 호사스러운 누림이 있어서 일상에 대한 집중도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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