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내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서 대동대교 코스로 대동까지 걷는 거 어때요?"
"그럼, 아점으로 대동국수 한 그릇 먹는 건가요?"
"국수요? 밥은 집으로 돌아와서 비빔밥 먹지 뭐. 나물 조금씩 남아 있어서 달걀 프라이 해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비빔밥?...... 아침 일찍 대동대교를 걸으면 좀 춥지 않을까요? 난 추운 건 좀 그래요."
말리지 않으면 삼시 세끼를 밀가루로 먹어도 좋다는 남편은 대동까지 그것도 걸어서 가놓고선 맛난 대동국수 한 그릇 못 먹을 바엔 안 갈 요량으로 추위를 내세워 슬그머니 빠진다. 참고로 우리 집에서 김해 대동까지는 편도로 걸어서 한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다.
오늘 아침.
눈을 뜨니 7시 10분이다.
누운 상태에서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다.
욕실로 들어가 밤새 쌓인 몸속 노폐물을 소변본다.
양치질을 한다.
거실로 나와 하늘을 보면서 하루를 여는 기도를 한다.
다시 맨 거실 바닥에 반듯하게 눕는다.
20여분 가량 호흡을 의식하며 무념무상에 잠긴다.
뱃속에서 일어나라는 신호를 준다.
다시 대변을 보고, 샤워를 하고, 미지근한 물 한 잔 마신다.
이제 하루를 여는 나의 정례가 완성됐다.
아직 꿈나라에서 나오지 못한 남편을 더 자게 둔다.
청바지, 셔츠, 카디건을 입고 집을 나선다. 혼자 대동대교를 걷는 건 자신이 없어서 산책 노선을 바꿨다. 버스로는 8 정류장이 소요되는 마트까지 걸어가서 콩나물과 샐러드 채소를 사 오자고. 예전에 빠른 걸음으로 30분 정도 걸려 가 본 적이 있었기에 오늘은 철길 옆에 조성된 숲길을 따라 걸어가면 적당한 걷기 시간에 산책이 될 것 같다.
한여름의 짙은 녹음은 어느새 가을의 색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아직 녹색 짙은 소나무와 노란색으로 잎이 바래져 가는 메타세쿼이아가 잘 어우러져 궁륭 아래 길을 둥실 대며 걷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맨발 걷기 하는 사람, 강아지 산책 시키는 사람, 반려자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는 사람...... 휴일 아침의 이 아름다운 풍경화를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일찍 일어나서 걷기로 마음먹은 나에게는 뜻밖의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4년 전, 수술과 입원을 마치고 공장 같은 대학병원을 나서며 처음으로 의식하면서 알아차린 한여름의 햇살과 어려움을 모르고 기능하고 있었던 호흡과 멀쩡한 사지와 그 자체를 의식하고 있는 나의 내면을 마주하면서 '당연한 것은 없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햇살도, 호흡도, 독립적인 보행도 돈을 지불하지는 않지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의식하지 못했지만 켜켜이 쌓여서 지금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40여분 가량을 걸어서 도착한 마트는 벌써 사람들이 꽤나 있다. 콩나물과 샐러드 상추를 골라본다. 브로콜리와 봄동이 싱싱해 보여 예정에는 없었지만 반찬으로 만들 계획으로 담아본다.
다시 걸어서 집으로 향한다. 마트와 집 중간 즈음에 위치한 커피점에 들러 따뜻한 라테 한 잔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면서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둔다.
매일 아침 나의 루틴을 지키고, 산책하고, 사색하고, 읽고, 필사하고, 쓰고, 절제된 식이를 지켜가는 삶. 그런 조화로운 삶을 이어가고 싶다. 당연하지 않은 소중한 내 삶을 고마움을 의식하며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