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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일신 Aug 25. 2022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직장인

복직과 둘째

나는 워킹맘이다. 작은 지방도시에서 공무원 생활 6년차에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출산휴가 90일과 육아휴직 1년 3개월을 보내고 아이가 17개월이 되었을때 복직을 하였다.  그 당시에는 내가 그동안 아이를 정말 열심히 키웠구나. 이정도면 뭐 많이 애썼네. 이런 나름의 뿌듯함에 휩싸였었다.  복직하던 첫날은 정말 신규발령을 받는 기분이였다. 그리고 월급날 어찌나 설레이던지. 사무실에 출근하면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어서 좋고, 업무할때 키보드 치는 타타닥 소리가 나를 엄마가 아닌 오로지 나로 해방시켜주는 멜로디로 들렸다. 


그렇게 즐겁던 6개월이 지나 아이를 돌봐주시던 시어머님도 시댁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님의 빈자리가 고스란히 나의 몫으로 돌아왔다. 직장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하는 진정한 워킹맘이 된 것이다. 남편에게 육아와 살림은 돕는 것일뿐 본인 몫이 아니였다. 시어머니과 친정어머니가 도와주면 도와주는 만큼 남편의 육아와 살림 참여도는 더 낮아졌다. 그래도 시간은 나의 편. 남편과는 가끔 아웅다웅하지만 그래도 아이도 무럭무럭 자라고 이렇게 저렇게 살다보니 나는 직장생활 10년차 워킹맘이 되었다. 이제 좀 편해졌는가 묻는다면? 글쎄,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은 아쉬운 점이 있다. 아이의 동생. 


주변에서 왜 둘째를 안낳냐고 많이 물어본다. 복직할때 목표가 둘째가 생기면 꼭 낳자였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 마인드가 간절하지 않았구나. 둘째를 반드시 갖고자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냥 시간을 흘려보낸 셈이다. 일하랴 퇴근 후 아이를 돌보랴 몸이 고단하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 나중에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제는 선뜻 용기가 안난다. 아이가 " 집은 심심해" 라고 말할때, 놀이터에서 형제, 자매들끼리 노는 아이들 틈에 쉽게 다가가지 못할때 마음이 무거워진다. 남편은 '인생은 원래 고독한거야', '형제도 자라면 다 남이야' 이러면서 아이 하나만 잘 키우자고 하는데 본인 편하려고 저러나 삐뚫게 생각하게 된다. 주변에서 혼자는 외롭다, 키울때만 힘들지 자식은 많고 봐야해, 자식키우는게 제일 남는거다. 이런 말을 들을때마다 그때 복직을 안했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까, 그때 내가 돈 욕심을 좀 버렸더라면...... 이런 죄책감이 밀려온다. 둘째가 없는 가정이 꼭 문제 있는 가정이고 내가 그 문제를 일으킨 트러블메이커처럼 느껴진다. 아이 하나도 내 마음껏 키우는게 참 쉽지가 않았다. 양가 부모님께서 도와주시는 만큼 살림이나 육아방식에 간섭도 많으시고 그만큼 나의 스트레스도 커졌다. 지금도 둘째 둘째 하시는데 사실 그때 그 간섭이 다시 시작될까봐 겁이난다. 그렇다고 '이제 저 혼자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배짱도 부족하다.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온전한 사랑이 아이에게 가면 참으로 감사할 일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하면 나는 지금 복에 겨워서 이러는 구나, 둘째를 낳을까 또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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