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 첨부된 사진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끔하게 차려 입은 중년전기 남성이 뭔가 그럴싸해 보이는 파워포인트를 띄워두고,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이 아는 브랜드의 건물에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2년 3개월 전에도 기사를 읽었다. 그때 기사에 등장한 사람은 중년후기의 남성처럼 보였고, 오늘의 기사처럼 살려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양복을 빼 입고 양 손을 앞쪽으로 활짝 펼치며, 나름 설득력 있어 보이는 제스처를 취하며, 뒤에 펼쳐둔 파워포인트 상의 신기루와 같은 꿈을 함께 꿔달라고 구걸하고 있었다.
오늘자 기사에 등장한 중년전기 남성은 준비해 온 발표물을 그럴듯한 표정으로 자신있게 발표했다. 그리고 발표 끝에 있던 질의 응답 세션에서 나는 우리 나라의 기자들의 질문을 읽고 아직 기레기들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실체가 없는 답변들을 늘어놓는 중년전기 남성의 응답은 여전히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필자가 치열하게 기사를 다시 검토해 보아도 질문에 대한 답변은 기약없이 계획 중인 것으로만 보인다.
2년 3개월 전 기사에 등장한 중년후기 남성은 코로나19 증시의 거품에 막차를 타보려고 20년이 지나도 불가능해 보이는 회사의 일부 직원들의 꿈을 믿어달라고 한다. 우리사주가 되었든 스톡옵션이 되었든 조금이라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은 그럴듯하게 옷을 입은 경영진이 카메라 앞에 선 뒤 기사를 내보내면, 같은 배에 탄 사람들에게 쥐어진 휴지조각에 금가루라도 생기리라 믿었을 것이다. 신기하게 또는 너무 당연하게도 구걸을 하기 위해 거리에서 들고 있는 판때기의 내용은 오늘자 기사와 다를 바가 없다.
오늘자 기사 그리고 2년 3개월 전 기사에 나온 중년 남성 2명은 서로가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일단 한사람은 회사가 망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일하고 싶어하고 있다는 게 너무 잘 보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임기 만료 전에 눈먼돈을 손에 쥐고 싶어하는 것이 너무 잘 보였다. 이제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대중을 대상으로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금일 일독을 마친 책을 통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읽은 책 내용을 문자 그대로 공유하고자 한다:
거짓
변명이나 핑계는 세상을 무한한 ‘무’로 만들어 버린다. 무한함은 곧 아무것도 아닌 것을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변명이나 핑계의 코어 안에는 구라가 있다. 뻥이 있고 뻥이나 거짓말은 세상과 개인 또는 단체에게 혼란과 파괴를 가져온다.
사실이나 진리는 좁지만 단단하다.
부술 수가 없다.
다이아다. 빛난다.
비싸다.
때로는 옆에 달고 다니면 평판이나 더 나아가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항상 보호를 받아야만 한다.
자신에게 오래 거짓말을 해 온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나만 해도 오래 그래 본 적이 있었다. 나중에는 내가 누군지도 잊게 된다.
내가 어떤 것을 위해 사는지, 내 친구가 누군지, 내 능력이 무엇인지 잊게 된다.
뻥은 모든 것을 어둡게 만든다. 뻥은 혹이다. 뻥의 보존을 위해 음모를 펼치는 때도 있다. 여러 사람이, 한 단체가, 한 나라가, 지구 전체가.
노래를 못하는 친구가 상처 받을까 봐 오래 뻥을 쳐 준 친구나, 자신이 부족한 것을 아는데도 자신의 현실을 고치는 것이 너무 두려워서 자신의 없는 기술을 믿는 사람은 썩은 뻥의 보존과 성장을 위해 그 뻥의 세상 속 노예가 되어 버려 있다.
우주는 신기하게도 그들의 뻥을 언젠가 심판한다.
난 여러 번 심판을 받았다.
누구는 그러지 않길.
위 내용은 내가 올해 20번째로 일독을 마친 책 HEAT에서 문지훈 작가가 거짓에 대해 쓴 글이다. 반대로 스윙스는 거짓이 없는 사람들은 조용히 이루어 나간다고 한다. 예컨대 스윙스는 작곡가 테디는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원타임, 지누션, 세븐, 거미, 빅뱅, 엄정화, 투애니원, 블랙핑크 등의 히트곡을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테디를 잘 모른다고 한다. 왜냐하면 테디는 너무나도 조용히 음악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윙스는 건물이 무너질때는 요란하지만 무언가 성장할 때는 조용하다고 한다. 테디는 조용히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 냈다. 스윙스는 더 나아가 “하수들이 좋아하는 것이 성장보다는 당장만 시끄러운 파괴적 폭발력”이라고 하면서 “하수들은 그게 전부”라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테디는 단 한번도 그런적이 없다고 한다.
스윙스가 말하는 몰락한자들과 오늘의 기사 그리고 2년 3개월 전의 기사의 또다른 공통점은 요란하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포장을 통해 숨기고 싶어도 살려달라는 애원은 마지막 불꽃처럼 아주 밝게 잘 보이는 그런 기사였다.
돈만 주면 기사를 써 주는 시대에도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래도 아직 날이 서 있다는 점을 포함하여 요즘 같이 SNS나 언론을 통해 자랑을 못해서 안달인 세상에서 묵묵하게 하나하나씩 이루어 나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스윙스나 힙합세계의 표현처럼 리스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