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다 더 멋있는 배달기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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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쓰는 직장인 조준영입니다.
오늘은 게임 [데스 스트랜딩 1] 리뷰글을 작성합니다.
데스 스트랜딩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바로 '배달'이다. 이에 일부 유저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게임들도 많은데, 굳이 배달하는 게임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묻기도 한다. 일부 유저들은 실제로 '워킹 시뮬레이터' 및 '그래픽 좋은 마리오'라며 게임을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역으로 데스 스트랜딩이야 말로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을 제대로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높은 인정을 받지 못하는 배달이라는 행위를, 데스 스트랜딩 게임에서는 인류를 지키는 가장 멋지고 영웅적인 행동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러한 비상한 아이디어를 낸 데스 스트랜딩 게임 디렉터 히데오 코지마를 천재라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게임 속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Sam Porter Bridges)는 맞으면 순식간에 노화를 일으키는 비인 타임폴(Timefall), 카이랄리움(chiralium)이 높아지면 나타나는 몬스터 BT(Beached Things) 그리고 험난한 산, 강, 타르 바다와 같은 지형을 극복하며 인류를 이어나가는 영웅적인 배달을 지속해 온 인물이다.
즉 맞으면 늙는 비를 뚫고,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BT와 싸우고, 험난한 지형을 극복하면서 배달을 수행하는 사람은 데스 스트랜딩 세계관에서 굉장히 소수이다. 그렇기에 포터(porter)라고 불리는 게임 내 배달부들은 인간 생존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주인공 샘의 경우 포터 중에서도 특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샘은 둠스(DOOMS)로 불리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게임 오픈월드 속에서 BT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어도, 송환(repatriate) 되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이에 샘은 배달 중 산에서 떨어지거나, 적들에게 총에 맞거나, BT에게 공격당해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리고 둠스를 보유하고 있기에 BT를 감지함으로 무방비로 죽을 가능성도 줄어든다.
다만 인간이 BT에게 잡아 먹히면 보이드아웃(void out)이 발생하여, 잡아먹힌 장소를 기점으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아무리 둠스와 송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배달부 샘 브리지스도, BT에게 먹히면 죽음을 맞이하게 되기에, 게임에서 전투 또한 배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데스 스트랜딩은 배달만 하는 게임이 아니기에 "오픈월드 액션 시네마틱 어드벤처" 장르로 불리기도 한다. 만일 진정 배달만 했다면 "오픈월드 어드벤처" 정도가 적당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하고 첫 2~5시간 동안은 소위 배달만 하기 때문에, 상기 언급한 전투 및 액션 요소를 경험하지 못하고 데스 스트랜딩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게다가 전투 컨텐츠도 게임 초반부에는 BB(bridge baby)를 활용하여 오픈월드 속에서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BT들을 식별한 뒤, 성능 낮은 총으로 따분하게 한 발 한 발 격발하여 명중시켜야 하기에, 게임의 독특한 전투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필자도 사실 첫 몇 시간 동안은 혼란스럽기도 했다. "잘생기고 간지 나는 배달부" 게임을 대략 30~40시간 동안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했다. 더불어 게임 중 피자를 배달하는 미션을 받았을 때는 자괴감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약 43시간을 플레이하고 게임 엔딩을 보았을 때, 다시 한번 히데오 코지마의 천재성을 느끼게 되었다.
전술하였듯 데스 스트랜딩은 오픈월드 액션 시네마틱 어드벤처인데, 에피소드 하나하나씩 깨다가 보면 기승전결에 따라 게임이 영화처럼 전개되는 걸 알 수 있다. 즉, 게임이 진행되다 보면 지루한 BT를 잡는 전투만 하는 것이 아니고, '택배'를 노리는 필드의 약탈자(MULE)와 주먹다짐을 하고, BB에 엄청나게 집착하는 클리프 엉거(Clifford Unger)를 만나면서 기관총과 샷건을 쏘기도 하며, BT들을 조종하여 인위적인 보이드아웃을 만들어 내 세상을 끝내고 싶어 하는 힉스(Higgs)와 싸우면서 손에 쥔 택배를 휘두르며 던지기도 하면서 점점 전투의 깊이와 스펙트럼이 진화한다.
히데오 코지마도 이렇게 게임이 전개되면서 전투에 깊이와 재미가 더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듯, 배달만이 중점이 되는 구간에서 가수/밴드 Low Roar, Silent Poets, CHVRCHES 등의 노래들을 잔잔하게 깔아준다. 필자는 이러한 배달이 핵심적인 구간들에서 명상이라도 하듯 잡생각이 없어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신기한 몰입감을 느꼈다. 특히 설산의 꼭대기에 올라간 순간에는 마치 스위스에서 직접 방문했던 융프라우 산과 유사한 느낌을 받아서 신선하였다.
결론적으로 데스 스트랜딩 1은 세상에서 가장 영웅적이고 멋진 배달부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게임의 세계관을 천재적으로 끼워 맞추었기에 스토리도 난해하고 초반 플레이가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끼워 맞춤'은 거짓말처럼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비를 맞으면 늙고, 죽은 자들이 저승으로 가지 못해 사람들을 위협하는 세계관 형성을 통해 '배달'이라는 행위를 영웅적으로 만들고,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BB, BT, 송환, 보이드 아웃 등이 모두 퍼즐처럼 끼워 맞춰지는 각본은 정말 유일무이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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