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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디한 사자 Dec 17. 2023

어쩌다보니 서른여덟 2회차

2023년을 보내며 쓰는 2023년의 첫 글

지난해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며 서른여덟이라는 말로 글을 열었는데 올해도 서른여덟인채로 첫 글을 쓴다.


원래대로라면 올핸 삼십대의 마지막이어야했고, 한 달 뒤면 신비로운 마흔의 세계로 입장하는 수순이었는데, 아직 사십대로 나를 보내기엔 삼십대가 허용하지 않는 탓인지, 올해부터 적용된 '만 나이' 라는 신개념 덕분에 여전히도 나는 서른여덟인채로, 2회차를 살고 있다.


약 1년 전 마지막 글 이후 참 많이 힘들었다.


힘들다는 말을 날숨에 한 번씩 습관처럼 가볍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에게는 경미한 지진들이 모이고 모여 내 안에서 용암처럼 끓다가 끝끝내는 한 순간 폭발해 버리는 것이어서 그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오조 오억개의 용암같은 감정들이 너무 생생하게 살아나 나를 찌르는 것 같아 끔찍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힘들다고 표현하면 나는 그대로 패배해버리는 듯한 하찮은 자존심이 있어, 그냥 눌러담다 한 번씩 용량이 다 차 눈물로 터지듯 나오기도 했는데, 그러면 그 끈적이던 농도도 조금은 묽어지는 것 같은 착각으로 버티는 날들이었다.


어쩌면 나의 삼십대를 이대로 슬프고 아프게 마무리하지 말라고 일년의 유예가 주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나는 살아보기로 했다. 다시,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다 굳어버린채 이대로 무기력하게 살도록 두고 볼 수 없어,

조심스럽게 다시 용기를 내보는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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