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嬷手作] 로 대변되는 시대의 반증
요즘 세상이 하도 빨리 돌아가다보니, 오히려 옛것들이 떠오르는 트렌드가 있죠.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이라는 용어로도 불리우는 할머니 트렌드 말이에요. 20대들이 커피에 양갱을 먹고, 한옥 구들장을 찾아가고요,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는 일련의 흐름은 반짝하는 유행이라기 보다는 현대 사람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트렌드에 시차가 거의 없어진 시대, 중국에서도 이런 흐름이 있습니다. 아시다싶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디지털 세상에, 뒤쳐지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하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요즘 중국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오래된 것으로 부터 얻는 위안이 필요한 거겠죠.
오늘은 느린 것만이 줄 수 있는 위안, [阿嬷手作 amā shǒu zuò]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阿嬷手作]
눈에 띄는 밝은 컬러도 아닌, 손으로 그린 듯한 주방 천막의 로고에 정갈한 타이포, [阿嬷手作]는 2018년 广西省에서 출발한 핸드메이드 밀크티 브랜드입니다. 중국의 밀크티 시장이 한번 브랜드를 출시하면 순식간에 전 지역으로 몇 백 개의 매장을 펼치는 확장 전략을 펴는 것에 반해, [阿嬷手作]의 매장은 아직 34개에 불과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阿嬷手作]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보고 있자면 '저런 속도로 만들어도 장사가 될까?' 싶은 모습을 하고 있어요.
매장의 주문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얼마 안가 곧 '门店很忙 주문대기'가 걸리죠. 이 상태는 매장을 닫는 밤 10시까지 계속됩니다. 하지만 매장을 들여다보면 바쁜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쌀을 씻어서 증기로 찌고 물소우유를 넣고 손으로 쳐대 일일이 천으로 걸러내는 작업을 통해 한잔의 수제 밀크티가 만들어집니다. 기계로 두드리면 찹쌀의 향이 사라지기 때문에 손으로 두드리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끓이며 넘치는 불을 보며 끊임없이 저어주는 과정을 거치죠. 또 하나의 시그니처인 토란 타로는 광시지역의 토란을 선택해 머리와 꼬리를 제거하고 가장 찰진 식감을 지닌 부분만 골라내어 매장에서 직접 제조합니다. 토란은 40분 이상을 쪄야하기 때문에 매장안은 항상 뿌연 증기로 가득해요.
어떤 장면이 떠오르세요? 어릴적 시골 할머니댁을 놀러갔을 때, 할머니 부엌에 가보면, 직접 밭에서 키운 것들로 하나하나 손으로 찌고 두드려 온종일 부엌에서 만들어주시던 기억.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던 할머니 맛이 나는 그 소박한 할머니표 음식들이 기억나지요. 귀찮아도 이렇게 해야 제맛이지 했던 그 맛이요. [阿嬷手作]의 브랜드 네임 (阿嬷= 할머니가 手作=손수 만든) 처럼 말이에요.
"빠르고 저렴한, 단번에 입맛을 자극하는 많은 브랜드 대신, 순수한 재료만을 사용하고 대체 불가능한 방법으로 제맛을 내는 할머니의 핸드메이드 음식같은 순수하고 따뜻한 브랜드를 만들자."
[阿嬷手作]는 广西가 고향인 창립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만든 브랜드입니다. 할머니가 만든 맛을 누가 대체할 수 있나요, 이것이야 말로 아무나 카피할 수 없는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장인의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할머니가 손수 만든 것들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진심어린 위안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이러한 바램은 광시에서 심천, 상해로 이어지며 'slow but hot'한 아이러니한 현상을 만들며 퍼지기 시작합니다.
[阿嬷手作]의 매장은 멀리서도 시선을 끌만한 강렬한 컬러나, 상징적인 로고하나 없어요. 하지만 어딘지 오래된 향수를 자극하는 기억이 존재합니다. 할머니가 손주들을 위해 귀하게 보관했던 나무로된 찬장, 손글씨로 적은 크라프트 포장지, 약간 어둑한 듯한 조명과 흘러나오는 클래식한 음악. 오래된 중고 가구들이 중국의 옛날 집 같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얼마전 문을 연 상하이 신천지의 컨셉 매장에는 차의 원료가 되는 재료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습니다. 유기농 막걸리, 유기농 쌀을 비롯한 광시성의 특산 재료로 로컬이 가지는 지역만의 레어한 아이템들이 가득하죠. 오픈된 주방에서는 증기가 가득한 찜통, 가마솥 같은 것들이 나무 소재와 어우러지며 천천히 식사를 준비하는 따뜻한 가정집의 주방을 연상하게 합니다.
그 지역의 가장 좋은 재료, 제철 음식이 가진 힘, 손으로 만든 것의 독창성. [阿嬷手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이 세가지는 체험 공간인 매장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상하이 매장의 직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구성되었다고 해요. 원재료의 향과 시각, 청각, 미각의 조화를 통해 절제되고 따뜻한 분위기의 경험 속에서 [阿嬷手作]가 전하는 메세지를 섬세하게 전달하는 디테일이죠. 화려한 신천지의 한 가운데에서 시간이 멈춘듯이 천천히 흐르는 공간을 만나면 잠시 심박이 차분해지고 우리가 바랬던 어떤 위안을 얻을수 있을것 같지요. 제품 뿐 아니라 브랜드의 모든 경험에서 브랜드의 컨셉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이런 장면의 연출은 브랜드와 소비자들을 연결하는 강한 고리가 됩니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브랜드를 구축할 것입니다. 브랜드란 것은 천천히 형성됩니다. [阿嬷手作]의 로고는 아주 작지만 언젠가 로고가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를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阿嬷手作]의 이런 진정성은 매장 뿐 아니라 컨텐츠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그저 밀크티 한잔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자란 좋은 재료의 근본을 추구하고 직접 선별하며 키운 농부들과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지역의 특산물로 마켓을 열기도 합니다. 그 땅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하고 건강한 맛으로 소비자들은 안심과 위안을 얻어가죠. 빠르게 변화하는 삶에서 변하지 않는 품질과 진지한 삶을 추구하는 태도, 물건이 흔해진 시대에 흔하지 않은 정신과 메세지를 파는 브랜드. 사실 [阿嬷手作]에게 밀크티는 이런 정신을 보여주는 하나의 엔트리 매개체일 뿐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阿嬷手作]는 사진 한장에도 그런 감도를 잘 담아내요. 예쁘게 포장된 완성품인 결과물이 아니라, 그 사이의 과정을 담아내죠. 천천히 손으로 만드는 제조 과정의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듯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인기 IP와 콜라보에 목을 매는 다른 밀크티 브랜드와는 달리, [阿嬷手作]는 니치 아티스트들과 협력한 아트 콜라보를 시도합니다. 컨텐츠는 대부분 '어린 시절', '그리움', '가족', '자연과 옛것들' 같은 아날로그 감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도시 속에 세련된 임팩트가 아닌,
모든 요소에 스며드는 증기같은 분위기입니다."
숏폼과 릴스, 어느 때 보다도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시대죠. 그래서 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빨리 흘러가는 만큼 '시간'의 가치는 점점 귀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땀 한 땀 시간을 들여 만든 것들의 가치가 더 돋보이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본질로 다가갈수록 단순해지는 가치, 복잡할수록 순수한 것을 추구하는 심리, [阿嬷手作]는 앞으로의 소비가 이런 흐름으로 흘러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