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했던 시간, 파리여행
다시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해 본다. 가끔 사진을 찍는 나에게 사람들은 물어본다. 사진을 찍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나에게는 사진을 찍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프랑스 여행을 다녀와서다. 그전까지도 사진을 찍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카메라는 늘 손에 있었다. 그냥 똑딱이라 불리는 카메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냥 찍는 사진이었을 뿐 아무런 기술도 기교도 없었다.
2006년 파리 해외출장을 떠나는 언니의 출장길을 같이 따라나섰다. 외국계회사에 다니던 언니는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같은 팀으로 일했던 친한 언니였다. 타 회사로 이직하면서 외국계 회사로 들어간 것이다. 파리 출장계획이 있다 하면서 가는 김에 여행도 함께 온다고 한다. 같이 가자는 제안에 나는 망설임 없이 ‘기회는 이때다’라고 외쳤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파리를 가게 됐다. 스무 살 때부터 파리를 꿈꾸었으니 십몇 년만이다.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오늘은 사진에 대한 이야기만 해 볼까 한다.
나는 늘 파리에 있는 에펠탑을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 소원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행복했을 시간이었을까. 여행 가기 전 그 설레는 마음과 여행에서의 황활했던 기억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잊지 못하는 추억이다.
출장길을 떠난 사람은 언니와 함께 가는 직원 1명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여행으로 따라붙은 사람은 나와 또 그 언니의 친한 동생 한 명이 있었다. 그렇게 넷이서 여행을 떠났다. 언니를 기준으로 세 명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여행을 위해 처음 뭉친 여자 셋, 모르는 사람과 떠나고 싶은 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중 한 명과 1년 후에 스페인 여행을 같이 가기도 했다.
그렇게 서먹한 가운데 비행기티켓도 각자 끊어야 했고 넷이 다 모인 자리는 에어프랑스 비행기 기내에서였다. 출장으로 떠난 두 여인은 비즈니스석에 앉았고 나는 운 좋게 비즈니스석에 앉게 됐다. 긴 시간을 처음 타보는 비행기였지만 파리 가는 설렘은 세상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행복 그 자체였다.
그렇게 여행은 시작됐고 일주일간 머물며 파리를 비롯해 니스, 모나코, 몽생미생 등등 프랑스 유명 여행지를 자유여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행에서 돌아야 온 후 사진을 교환하기로 했다. 나는 그 당시 니콘 쿨픽스라는 똑딱이 카메라 메모리 1기가짜리를 가지고 갔었다. 배터리 여유분도 없고 메모리도 모자라고 사진에 대해 크게 신경 쓰던 때가 아니어서 별 문제 삼지는 않았다. 네 명의 사진을 모두 공유한 후 사진을 보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의 사진을 보는 순간 뭔가 내 사진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주로 인물 사진 위주였고 표준화각의 사진이 많았다. 하지만 그 친구의 사진 속에는 망원으로 찍은 사진과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많이 있었다. 뭔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 사진이 별로였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렇게 사진을 비교하면서 그 친구가 찍은 사진에 매력을 느꼈다. 그 친구는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도 아니고 사진에 대해 관심도 없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후에 우리 회사에 입사하기도 했어서 내가 여담으로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내 사진이 너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진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사진학원을 찾아 취미반 과정을 배우면서 DSLR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그 카메라는 캐논 400D다. 정말 많은 사진 초보 입문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카메라가 아닌가 싶다. 사진학원을 다니며 기본기를 익혔고 사진을 찍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사내 사진동호회를 만들어 매월 출사를 다녔고 사진동호회카페에 가입해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여행을 다니며 사진 찍기에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야경사진에 빠지면서 나는 1년간 매일 퇴근 후 건물 옥상에 올랐다니는 올빼미가 되어 미친 듯이 서울의 야경을 비롯해 부산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는 밤에 피는 장미라 불릴 만큼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사진동호회를 만들었고 카페가 아닌 일반 사이트로 만들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이름은 타임캡쳐다. 더욱 열정을 다하는 사진동호회에서 나는 내 최고의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열정을 다해 무언가를 해봤던 것이 있었던가. 사진 찍는 것만큼 열정을 다한 다른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밤 12시에 출발하는 건 물론이고 40명이 넘는 사람들을 버스에 태우고 지방을 떠나는 날도 많았다. 야경에 미쳐 밤 12시가 되도록 추운 영하의 날씨에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오로지 사진을 찍고 싶은 그 열정 하나가 나를 그 자리에 세우게 했던 것 같다. 1미터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는 소식을 들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밤새 달려가 강원도의 풍경을 담아 오기도 했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은 사진에 대한 열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불태웠다.
파리 여행은 내 꿈이었고 꿈을 이룬 여행은 나에게 새로운 꿈을 선물했다.
그렇게 7~8년을 열정을 다해 사진을 찍으며 제주의 아름다움에 빠졌고 제주에서 사는 것이 꿈이 되었다. 결국은 제주로 이주하는 또 하나의 꿈을 이루게 됐다. 내 꿈은 항상 그렇게 마술처럼 이루어졌고 회사를 다시 다니고 싶었던 마음까지 내 잠재의식이 찾아준 덕분에 나는 지금 서울에서 다시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꿈처럼 지나갔지만 지금은 다시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다.
아직 제주를 사랑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나의 꿈은 사진 찍고 글 쓰는 작가가 되어 파리에 가서 몇 년 살아보는 것이다. 어렵지 않은 꿈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지금은 지금이 좋다. 회사를 다니는 것이 이렇게 좋을 때도 없었다.
사진 열정을 예전만큼 갖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DSLR은 아니지만 하이엔드 디카가 있다. 되도록 휴대폰사진을 멀리하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제는 글쓰기에 열정을 붙여보려고 한다. 하루종일 앉아서 글 쓰는 사람이 돼보고 싶다. 방황병이 있는지 주말이면 자꾸 나가려는 습성이 내 안에 있다. 쫓아내 보자. 어쩌면 그 방황병이 사진을 찍게 했는지도 모른다. 국내 구석구석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몇 년을 매주 그렇게 달렸으니 이제 후회도 없을만하다. 하고 싶은 거 다하며 살았으니 이제 좀 방구석에 앉아서 진득이 글쓰기에 몰입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