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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May 24. 2023

서울생활 2년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서울로 다시 온 지 벌써 2년이 됐다.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흘러갈 줄이야. 계약직으로 들어온 나는 2년의 계약 기간이 만료됐지만 시각디자인 직무로 전문직에 해당하여 매년 갱신하며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됐다.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지금 1년을 연장했다는 건 다행인 일이다.


정년의 나이가 되어도 퇴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좀 더 회사를 오래 다닐 수는 있겠지. 물론 회사에서는 나이 든 사람을 언제까지 고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늦은 나이에 다시 회사를 다닐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지금은 너무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열정을 가지고 즐겁게 다니는 중이다. 나를 고용해 준 회사에 감사하다. 물론 나를 적극적으로 추천해 준 우리 상무도 고맙다.


서울에 집을 얻기가 가장 어려웠다. 가진 돈으로 적당한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갈 수 있는 곳은 원룸이나 오피스텔 정도. 몇 번의 이사 끝에 지금은 정착을 한 것 같다. 2년 동안 벌써 다섯 번째 집에서 살고 있다. 보통은 2년에 한 번 이사를 할까 말까인데 나는 다섯 군데에서 살았으니 역마살도 이런 역마살이 없다. 


변화를 좋아하고 지루함을 싫어한다. 새로운 걸 좋아하고 새것을 좋아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다양하게 사는 걸 더 즐긴다. 물론 그만큼 지출도 많겠지만 식복을 갖고 태어났기에 늘 내가 먹을 만큼의 벌이는 하고 사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구십 세까지 일하며 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지금 스물셋, 아름다운 청춘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면 더욱 건강하고 젊어진다.


제주에서 7년간의 추억을 접어 둔 채, 다시 서울로 와 첫 출근한 느낌은 마치 이십대로 돌아간 듯 설레고 기뻤다. 그리고 그 기분은 꽤 오래갔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2년 가까이 쓰고 다니면서 불편하긴 했지만 이제 그것도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제주를 저렴하게 자주 왔다 갔다 했고 재택근무도 있어 제주를 늘 가까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옛날얘기가 되었다. 마스크를 벗으면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항공료는 다시 제 값을 내야 갈 수가 있고 재택근무도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눈치를 보며 가야 한다.


2년이 된 이 시점에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회사는 1년은 더 다니기로 마음먹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제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서울에 살다 보니 서울이 주는 즐거움도 새삼 다시 생겼다. 그러면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가 고민이다.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계속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변한 건 없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9년 전 퇴사를 하고 제주로 떠났을 때처럼 말이다.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오직 월급뿐이다. 회사에 모든 시간을 바치고 사는 기분이다. 하루가 온통 회사로 물들어 있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앉으면 금방 아홉 시가 된다. 퇴근 후 나의 시간은 그나마 남들보다 가늘고 길다. TV를 보지 않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먹는 것 또한 간소하다. 오늘은 오후에 간식타임이 있어 떡볶이 등으로 일찍 끝냈다. 인플루언서가 되보겠다고 열심히 블로그는 하지만 꾸준함이 없어 흐지부지 중이다. 


책을 내보겠다고 책 쓰기 강의를 듣고 책도 썼지만 마무리가 참 힘들다. 인쇄가 돼서 나오는 책이라 한 번 나오면 고칠 수 없으니 생각이 점점 신중해진다. 지금 나에게 있어 가장 미루는 것 중에 하나다. 5월을 넘기지 않는 게 목표인데 지금도 펼쳐 볼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세 명이 모여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했다. 한참 젊은 친구, 그리고 더 더 한참 어린 친구, 젊음과 함께하니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다. 쇼핑몰 경험자들에 모두가 디자인하는 상세페이지 전문가들이다. 작년에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와 팔지 못했던 물건들을 다시 재정비하고 있다. 물건을 파는 게 목표가 아닌 솔드아웃이 목표라고 한다. 쇼핑몰도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나도 디자이너지만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며 깜짝깜짝 놀란다. 나와는 또 다른 색깔, 감각, 센스 등 모든 것이 더 예뻐 보인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유튜브영상 제작하기. 늘 흥미롭게 배워오던 것인데 아주 나서서 제대로 해보기로 작정했다. 관심이 많이 가는 분야이기도 하고 영상편집을 단순히 편집만 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편집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애프터이펙트에 더 관심이 많다. 전적으로 나섰으니 업무로서 영상편집을 할 수 있어 기대된다. 


서울 생활 2년 중 1년은 놀았고 1년은 나름 보람된 일들을 찾아서 한 것 같다. 16kg이라는 체중감량, 소식하는 생활, 많이 걷기, TV안보기, 1일1책보기 , 요가하기, 브런치글쓰기, 블로그글쓰기, 책 쓰기, 불어 배우기, 술 안 먹기 등. 술만 안 먹으면 이렇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걸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서울생활 2년 중 가장 잘한 건 술을 먹지 않는 생활과 소식하는 생활이다. 그것만으로도 서울에서의 시간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좋은 날들이 펼쳐질 거라 기대해 본다.


나의 버킷리스트였던 한강뷰 살기도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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