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돌 맞이
돌잔치의 의미가 뭘까, 를 고민하면서 첫돌을 준비한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벌써 두 돌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두 돌을 앞두고 우리 가정은 여러 변화를 겪고 있으면서 또 앞에 두고 있는 중이다.
첫돌 때 보내야 하나 싶어 망설여졌던 어린이집은 부모님의 희생과 도움 덕분에 1년 더 미룰 수 있게 되었고, 아이는 이번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적응기간이라는 시간을 겪고 있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곧잘 적응에 돌입하고 있고, 이 시간을 위해 조금 더 애써주시기로 했던 시터이모님은 오늘까지만 근무하시고 이제 보내드리기로 했다.
1년 전, 총 다섯 명의 지원자를 면접을 보면서 나는 내심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30년을 조금 넘게 살아왔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왔겠지만, 아이를 돌보는 분을 구하는 것이다 보니 과연 사람을 잘 헤아려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그래서 부러 아버님이 아이를 돌보러 오셨을 때로 시간 약속을 잡아서 만났었다. 나, 신랑, 아버님 이렇게 세 명의 눈이라면 좀 더 의견을 바르게 모으기 쉽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면접 끝에 만나게 된 이모님은 우리가 1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축복이라고 여길 만큼 좋은 분이셨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제 작별을 고하려니, 어쩐지 나에게도 정이 많이 들은 탓인지 사람을 내보낸다는 것이 참 마음이 어려운 일이구나 싶었는데 이제 그 어려웠던 시간들도 지나가고 정말 마지막 날이 되었다.
한편, 부모님과의 작별도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번달 까지는 로아의 적응기간 동안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주시는 과정을 함께 해주시기로 해서 오가실 텐데, 데려다주는 건 신랑이 데리고 오는 건 내가 하는 거로 바꾸면서 1년 반 정도 돌봄에 함께 해주셨던 시간을 뒤로하고 한 단락을 정리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 순간이 되면 나는 바로 일시정지를 누른다거나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아예 보는 것을 유보하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지금의 이 순간들이 바로 그런 느낌인 듯싶다.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잘 예측이 되지 않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다 보니 섣불리 고(Go) 하지 못하는 순간.
하지만, 지나갈 일이다, 겪어야 하고 지나가게 해야 하는 순간들이다...라고 나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어본다.
어렸을 때는, 아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드는 것은 책임질 것들에 더 당당해지는 느낌이라 좋다라고 여겼었는데 아이로 인해 온갖 낯선 것 투성이인 삶으로 돌입하니 어느 것 하나도 쉽사리 대하지 못하는 조심성만 더 늘어나는 것 같다.
그것이 힘든가 물어본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아이가 훌쩍훌쩍 자라는 만큼, 부모로서의 나 역시도 함께 자라는 느낌이다. 엊그제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 아이가 다다다다 달려와서는 나의 목을 꽉 안으면서 "엄마 보고 싶었어요"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지나가는 순간들의 결이 너무나도 생생히 느껴져서 힘든 것은 있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과정처럼 앞으로도 걱정과 불안 위에 감격과 감사의 순간들이 덮이겠지 하고 기대해 본다.
첫돌을 맞이하는 심정으로 맞이하는 두돌, 부모로서 살아가는 삶의 다음 챕터를 열어보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