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2년 10월 두 번째 이야기, 할아버지를 잃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였다.

그 당시의 나는 인생의 중요한 것들 사이에서 지혜롭게 균형을 잡고 사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그 한 가지에 너무 목맸고, 조급했고, 불안해했다.

그러던 사이에 정말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잃었다.


나는 외갓집,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자랐다.

태어나서 유치원 때까지 그들은 나의 전부였다.


특히, 할아버지는 첫째 딸의 첫째 아들이던 그의 첫 손주, 나를 특별히 예뻐했다.

그는 가부장적인 것에서 가장 먼 사람이었고, 배려와 경청의 태도가 있는 사람이었으며,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그가 좋았고, 세상 가장 큰 편안함을 느꼈다.


초등학생이 되어 그와 따로 살게 되었어도 나와 그는 항상 특별한 관계였다.

군 복무, 해외 유학 시절 정도를 빼고는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통화했다, 그냥 시시콜콜한 얘기를 습관적으로 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지금까지도 나는 가끔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간은 무섭게 빠르게 흘러. 나는 성인이 되었고, 그는 노인이 되었다.

80세가 넘은 그의 건강은 점점 안 좋아졌고, 나는 그것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그는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90세가 넘은 그는 힘에 부쳐했고, 나는 그가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H사에 입사하고 1주일쯤 지난 어느 날 새벽, 이모에게 연락이 왔다.



할아버지 돌아가셨다


마음의 준비를 오래 했지만,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무너져 내렸다.


장례를 치르며, 나는 너무 이기적인 놈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모든 것을 주었는데, 나는 나의 이익, 욕망을 위해 무슨 회사에 가야 하고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존재감이 없어진 것처럼 굴었던 과거가 창피했다 - 프로구직러라고 스스로 부르지만, 그냥 욕심 많은 애새끼였구나.


그렇게 그가 떠났다.


모든 장례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다.

그렇게 나의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전과 같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KakaoTalk_20250715_151010389.jpg?type=w966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2년 10월 초, H사에서의 새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