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년 전. 남편과 나는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기로 했다.
남편도 나도 어린 시절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그러지 못했다.
가정을 꾸리고 1년 정도 지났을 때쯤 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말이 나오고 나서부터는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지 서로에게 여러 번 물었고, 우리는 책임에 대한 부분은 두렵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돌이켜보면 아직은 미숙한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가정의 중대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내린 첫 결정이었다.
마음을 정하고 나서는 '강아지 분양'과 비슷한 검색어로 종일 찾기에 돌입했다.
우리는 맞벌이 부부로 너무 어린 새끼 강아지를 데려오기엔 부담이 됐다. 젖먹이가 오면 밥도 여러 번 제때 챙겨줘야 할 텐데 그건 안될 것 같았다. 다음 조건으로는 털이 좀 덜 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청소는 강아지 털이 없어도 충분히 힘드니까. 후보군에 털이 잘 안 빠진다고 유명한 푸들, 요크셔테리어 같은 견종을 올렸다. 그렇게 찾아보다가 말티푸(말티즈+푸들)를 알게 됐는데 외모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꼭 말티푸를 분양받아야겠다는 결정에 당도했다.
'그래, 우리는 1년 정도 된 말티푸를 분양받으면 딱 좋겠어.'
그때부터 전국에 있는 1살 이상 말티푸 분양 글을 찾기 시작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찾을 길이 없었다. 의문이 들었다.
'펫샵에서 분양하는 아기 말티푸는 단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두 분양이 된다는 말인가?'
의문을 갖고 펫샵에 대해 검색하다가 개 농장, 번식견 등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모르면 몰랐지 이렇게 알면서도 펫샵에서 분양받을 수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가정견 분양과 유기견 분양에 대해 알아보게 됐고 우리와 함께하게 될 녀석을 찾고, 또 찾았다.
그렇게 지나가던 날들 중 하루, 그날 인스타그램의 유기견 입양 홍보 사진을 본 나는 마음을 온통 빼앗겨 버렸다. 보호소에서 찍어 올린 사진 한 장이었다. 사진 속의 강아지는 겁에 질려있으면서도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귀를 잔뜩 뒤로 젖히고 바닥에는 오줌을 지린 채로 찍힌 한 장이었다. 사진 아래 글에는 푸들 믹스 여아, 5kg. 공고 기한이 종료되어 곧 안락사 예정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 많은 유기견 입양 홍보 글 중에 이 글만은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이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처음에 남편은 가까운 보호소에도 안락사가 결정되는 많은 아이들이 있는데 경남 사천에 이번 주까지 데리러 가야 하는 그 아이를, 사진만 보고 결정해버린 이유를 물었지만, 말로는 설명하긴 어려운 끌림이었다. 그냥 마음이 그랬다. 꼭 데려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조이를 만났다.
아이를 데리러 가는 날에 편도 4시간 30분, 왕복 9시간이 걸렸다. 먼 길을 가는 동안 우리 부부는 아이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아이는 어떤 아이일지 이야기가 끊이지도 않았다.
우리는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데다가 공고 마감을 넘기지 않기 위해 급히 데리러 가느라 기본적인 용품도 채 못 챙겨서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를 보러 들어간 곳은 컨테이너였는데, 아직 어린 강아지들이 철장 안에서 끼잉 거리거나 앙앙 짖으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중에 우리가 데리러 온 그 아이만 경계하며 두려움에 뒷걸음질했다. 아이는 보호소 직원이 준비해 준 방울 달린 파란 목줄을 하고 있었다.
"안녕? 우리 같이 갈 거야. 이젠 우리가 가족이야."
아이와 함께 들어온 자매견이 눈에 밟혀 혼났지만, 다음 순간 우리 부부는 당황하느라 그 아이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목줄을 매고 차에 태우려 하자 파란 목줄을 한 겁쟁이 강아지는 끔찍한 학대라도 당한 듯이 온 사방이 울리도록 찢어지는 소리로 깨갱댔다. 바닥에 설사까지 하면서 뒷걸음질로 도망치려 했다. 겨우 상자에 넣어, 차에 아이를 실은 우리는 패닉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차 안은 아이의 응가 냄새로 한가득이었다. 겁에 질린 아이가 상자 안에서 응가를 한 것이다. 집에 도착하는 4시간 30분 동안 아이는 꼼짝 않고 바닥에 엎드려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아이에게 '달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몇 시간 만에 조이로 바뀌었다. 겁이 너무 많은 녀석이어서, 앞으로는 무서운 건 다 잊고 우리랑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였다. 그런데 조이는 달리라는 그 이름을 기억하는지 지금도 달리기는 어딜 가나 1등이다.
조이와 완벽하게 친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쳐다보기만 해도 움직이질 않아서 거울로 비추어 몰래 녀석을 훔쳐볼 정도였다. 지금은 침대에 올라와 우리와 뒤엉겨 잠을 자니 감개무량이다.
나중에 키우면서 안 사실인데, 조이는 푸들 믹스가 아닌 삽살믹스였다. 게다가 데려왔을 때 나이는 1년이 아니고 2개월이었다. 다행히도 우리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잘 자라주었고, 이젠 문밖에 소리에 짖을 줄도 아는 어설픈 용맹함도 갖춘 멋진 반려견이다.
1년 이상 된 말티푸가 아니라, 2개월 된 삽살믹스가 내 운명의 강아지였나 보다.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최고의 강아지 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