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다이어터는 폭식어터가 되었다
155cm의 자그마한 키, 47kg의 꿈의 몸무게. 6개월 간 8kg 감량했던 자신만만했던 나에게 시련이 왔다. 그것도 크나큰 “요요“라는 시련. 불과 일 년 사이에 14.6kg이 증가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봤지 태어나 50-54kg 유지하던 나에게 청천벽력이었다. 이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나의 폭식 이야기이다.
닭고야(생닭 100g, 야채, 고구마 100g)를 먹으며 인생 다이어트에 첫 성공기를 맛본 내가 비만이 될 줄이야. 그때의 심정은 정말 콱 쥐구멍에라도 숨어 출근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6개월 간 친구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이미 삶은 무너지고 있었다. 내 첫 폭식은 다이어트에 성공의 기쁨을 누리던 그때, 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스테이크, 빵, 아이스크림 길거리에 모든 음식점 하나하나를 다 들리고 맛보며 뉴욕의 울프강 스테이크 집에서 50만 원 치를 시켜 먹으며 행복해하던 날들의 연속. 그결과는 참혹했다. 작년 한국에 돌아와 새로 배정받은 업무,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 감염, 발목과어깨부상으로 인한 통증.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는 더 큰 폭식의 트리거가 되었고 결국 난 처음으로 61.6kg의 매운맛을 봐버렸다. 내 스스로를 폭식 괴물이라 할만큼. 말그대로 모든 걸 포기할만큼 그만두고 싶은 폭식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게 나의 첫 폭식의 시작이자, 폭식이 이어진 결말이다. 그저 건강해지고 싶어 이어진 다이어트가 불행이 되어버린 폭식어터. 하지만 다행히도 세드엔딩은 아니다. 힘듦과 우울, 폭식을 위해 발버둥친지 어느새 9개월.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어 나를 알아가는 중이고, 내 몸을 사랑해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불안과 우울함에 휩싸여 출근 외에는 먹는 것과 자는 것밖에 할 수 없던 나였지만, 이제는 나를 위한 요리를 하고운동을 하고 있다.
“폭식이라는 힘든 친구가 찾아왔지만, 그 친구도 이제 많이 지쳤나 봐요. 조금씩 조금씩 제 행복의 야금야금 갉아먹다가 이제는 정말 이별하려고 하나 봐요. 좋아하던 달리기도, 요리도 천천히 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 고생한 나에게 오늘 작은 칭찬이라도 해주자고요! 잘 버텼다! 고생했다! 포기하지 않는 네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