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불합격 통보, 그리고 휴학
띠링! 설레는 문자를 받고 아쉬움, 슬픔이 몰려왔다. 예비합격. 앞선 인원이 포기하지 않으면 그저‘불합격’이었다. 군인이 될 수 없다는 문자를 받으니 내심 서글펐다. 건강문제로 입대를 하고싶어도 못하고 애타게 입영통지서를 기다리던 옆집오빠와 비슷한 처지라니. 좀더 열심히 할걸, 좀 더일찍 해볼걸.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말중에 하나가 “해볼걸!”이라더니 딱 나였다. 2학년 때 한번있는 기회를 놓쳤으니 남은 건 졸업 후에 다른 방법을 찾거나 or 휴학 후 재지원. 인생 1회차, 수능 이후 두번째 인생 고민에 빠져버렸다.
부모님께 갑자기 군인이 되겠다며 당차게 말했는데 아쉬움, 부끄러움 복잡 미묘한 감정에 혼자 눈물을 감췄다. 준비하는 기간 동안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팔 굽혀 펴기 하나 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혹독하게 트레이닝하며 준비했는데 그저 슬펐다. 하지만 결심을 내려야 했다. 당시 해외 교환학생제도로 면접을 볼 기회가 주어졌다. 교환학생이냐, 휴학 후 재지원이냐. 몇 달을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군인이 되고 싶지만 휴학 후 합격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1월 방학을 몇 주 앞두고, 휴학을 신청했다. 반대할 줄알았던 부모님은 너의 인생이니 후회 없는 경험을 해도 괜찮다라며 괜찮다고 하셨다. 쿨한 부모님인 건 알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도 내가 부모라면 저렇게 쿨할 수 있었을까. 합격하지 못할 수도 있는 건데 부모님은 그저 나를 믿어주었다. 그렇게 1년의 휴학 끝에 나는 감사하게도 “최종합격 하였습니다.”의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ROTC 후보생으로 어느 덧 군인의 길로 들어섰다.
부끄럽지만 학군단 면접을 마치고 아무도 없는 면접장화장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마지막 기회가 되어버릴지 모르는 그 순간 부모님 생각에 울컥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면접장을 나와 망정이지, 지금 생각해도 아차싶다. 1년이라는시간을 그저 묵묵히 응원해 준 부모님이 감사해서, 그리고 미안해서. 불합격할 수도 있음에도 너의 인생은 스스로 선택해서 후회 없이 살아가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님.
이제는 영원히 볼 수 없지만, 사랑하는 엄마의 응원이 아니었다면, 군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하지 못했을 테니. 힘든 암 투병중에도 내 대위 계급장만큼은 꼭 달아주고 싶다던 나의 엄마. 믿어줘서 고마웠다고 꼭 말하고 싶다. 다시 만나는 날, 자랑스러워했던 군인으로 열심히 생활했다고.
“감사합니다. 나의 엄마로 살아줘서,
그리고 당신만을 위해 살기도 짧았던 아름답고 찬란한인생을 나를 위해 살아줘서.”
무엇보다 엄마 딸내미 결국 대위 계급장 달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