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7. 장기복무 어떻게 하는 건데?
ROTC로 임관한 나는 임관 2년 차 '장기복무'에 지원하였다. 애초에 군생활을 할 마음으로 들어갔기에 짧은 2년 4개월을 복무 이후에도 군에 남아있기로 하였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근무기간만 연장하는 복무연장(1~4년) VS 10년 이상 근무할 수 있는 장기복무 신청이었다. 둘 다 떨어진다면, 6개월 이후 전역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막상 마주하니 많은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복무연장이 먼저 발표되었다. 결과는 '불합격'. 이게 아니면 전역을 앞둔 나에게 오직 남은 건 '장기복무'에 합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장기복무 어떻게 하는 건데? 라며 고군분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의 취약점을 찾아 보완하는 일이었다. 군에서 일한 지 2년 차 다들 비슷비슷한 경력과 업무능력일 텐데 무엇을 보완하지..?
그것은 바로 '자력관리=자격증 취득'이었다. 체력측정도 특급을 유지하고 있었고 복무연장은 합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그렇게 2개월 미친 듯이 자격증을 찾아 공부를 시작하고 취득하기 시작했다. 일하랴 공부하랴 주말엔 자격증 시험을 보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했다. 그리고 대망의 장기복무 발표 '합격공지'에 나의 이름 000이 올라와있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복무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라고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첫째, 자격증 취득 등 자력관리에 힘써라. 나만의 스펙을 쌓아야 한다. 둘째, 체력은 항상 '특급'을 유지해라. 셋째, 자신이 맡은 바는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하되 단,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적절한 휴식은 필수다.
사실 장기복무가 1등을 한다고 해서 합격하는 것도, 꼴등을 한다고 해서 탈락하는 것도 아니다. 근무평정과 각종 상호평가에서 상급자, 동료, 하급자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기에 평소부터 맡은 바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평소 꾸준한 체력관리는 당연하다. 무엇보다 나의 평가가 최상인지 최하인지 예측하기도 어렵기에 최소한 합격률을 높이려면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당직근무, 야근, 각종 훈련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어떻게 하냐?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매일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말에 틈틈히라도 한다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들이 있다. 한국사, 영어, 제2외국어 등 다양한 자격화 목록이 있다. 체력, 근무평가, 자격증 등 모든 것을 점수화하기에 0.1 차이로라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운도 따라줘야 하고 쉽진 않지만 장기복무를 희망한다면 평소에 미리 자신의 자력관리에 힘써야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군생활을 하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장기복무 또는 복무연장에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못해서 그렇다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떨어졌기에 남들보다 부족한거 같다고 당장은 씁쓸하고, 걱정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 번쯤은 기회가 오기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복무연장에 떨어진 내가 오히려 장기복무에 한 번에 합격할 줄 누가 알았을까?
나 역시 군생활을 하며 불합격을 고배를 마셔보기도 했지만 끝까지 기다리다 보니 못해도 한 번씩은 새로운 기회가 다가왔고 그 덕분에 소중한 군생활을 해볼 수 있었다. 간혹 잊긴하지만 그때의 초심을 기억하며 내가 맡은 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무엇보다 밤낮으로 고생하는 모든 군인들의 헌신과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무엇보다 모든 후배들이 목표하고 희망하는 꿈들을 향해 나아갈 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나갈 수 있길 응원해본다. 당신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고 멋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