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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르진 Mar 30. 2024

군인의 딸, 군대가다.

EP 9.  3개월만에 토익 900점 받기

일명 국방어학원 '영어반'. 직업군인이라면 누구든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닐까 싶다. 군에 있어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외국어를 가르치는 기관으로 토익점수, 지휘관의 승인 등 일정서류를 제출 후 선발이 되어야 갈 수 있다. 군 입대 전 목표로 대위까지 영어반합 격, 미국의 대위지휘참모과정을 이수하는 2가지 목표를 세웠다. 말 그대로 목. 표. 대학교 때 마지막으로 본 토익 695점이 전부였다. 매일 야근과 주말 출근까지 하다 보니 영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맡은 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엄마를 보내고 나선 더더욱 평일 주말할 거 없이 오직 일에만 몰두했다. 한때는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지만.. 그 당시엔 뭐라도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지 않을까 싶다. 


홈페이지에 든 공고. '영어반 선발' 잊고 있던 목표가 떠올랐다. 지금 아니면 더 이상 지원할 기회가 흔치 않을 듯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바로 영어성적이었다. 그렇게 영어인강을 결제하고 주말이면 밤낮으로 영어책을 풀어댔다. 그냥 포기하고 일이나 열심히 할까?라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일도 공부도 운동도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니 만만치 않았다. 간절함과 끝없는 노력 덕분이었을까? 꼬박 일주일 간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니 '합격'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영어반에 가니 일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영어, 체력 등) 뛰어난 선배, 동기, 후배들이 넘치고 넘쳤다. 그때 깨달았다. 일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관리까지도 잘해야 한다는 것을. 물론 일반 직장도 마찬가지겠지만 군대에서 고등학교 때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좋은 모습들을 하나둘씩 보게 되니 나 역시 변하게 되었고 꿈으로만 그렸던 900점을 받게 되었다. 토익결과 발표 날, 이게 내 점수가 맞는지 오류가 난 건지 한참을 고민했을 정도로 695점으로 시작한 나의 토익이야기는 다행히도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리고 해피엔딩으로 토익과 영영 이별할 줄 알았건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영어반을 계기로 나와 토익은 군생활 내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계속되었다. 아니.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친구가 되어버렸다. 토익.. 우리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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