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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르진 May 31. 2024

[미국 일년살기] 나에게 보내는 편지

EP2. 오늘 잘 보냈으면 되는 거야!

진아 안녕? 오늘은 병아리 콩밥과 소고기 볶음을 요리해서 도시락을 챙겨갔어. 어젠 일찍 잤는데도 피곤해서 알람도 계속 껐지 뭐야. 늦게 일어났지만 바쁜 와중에 아침은 든든하게 먹고 갔어. 수업 후 쉬는 시간엔 산책도 하고 싶은데 텍사스가 온도가 정말.. 말로 못 할 정도야. 걷다 보면 숨이 턱턱, 피부가 매시간 까매지는 게 몸소 느껴질 정도야. 점심엔 밥도 든든하게 먹고 졸지 말아야지 했는데 안 잘 수가 없었어. 차에서 에어컨을 틀고 잤는데 안 잤으면..아마 오후 수업을 못 들었을 거야. 그래서 인지 무사히 시험통과!(사실 시험, 수업엔 큰 욕심은 없어.. 하루하루 내 삶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을 뿐!) 


오후엔 시험 전에 바나나 한 개 까먹고 다섯 시엔 바로 헬스장으로 직행했어. 유산소도 30분 타고 맨몸 운동으로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폭식증에 잠식될 때면 이성을 잃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운동도 하고 집에 와선 된장찌개도 끓이고 전기세도 내고 오늘 나름 뭐 많이 한거 같은 기분이야. 저녁엔 휴식 겸 언니랑 카톡으로 대화를 하다 "나 결혼이랑 점점 멀어지는 거 같아. 경험치는 쌓여가는데 이게 종이 한 장에 적힐 정도이지 현재 돈이랑 시간을 다 투자하고 있는데 남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언니는 그래도 경험치가 쌓여가는 게 좋은 거라는데 난 친구들과 달리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 같아 아쉽더라고..


한국에 있었을 때 어쩌면 결혼도 연애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런 거 다 두고 온 지금이 나에게 맞는 선택이었을까라는 혼자만의 질문에 아무 대답이 안 나오더라. 그래서 지금 글을 끄적끄적 하고 있어. 생각도 정리할 겸. 뭐 답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31살 그리고 어쩌다 보니 자꾸 쓰기만 하고 모아둔 돈도 별로 없는데 현실을 깨달아 가는 중이야. 누군가와 행복한 가정을 꾸릴 날이 언젠가 올까? 이 경험이 훗날 나에게 또 어떤 길을 열어줄까? 언니가 미국에서 도시락 개발해보라는데.. 좋아하는 요리라도 계속 하다보면 새로운 길도 있지 않을까? 


사실 당장 답은 찾을 수 없지만 내 인생 여러 갈래 길 중 하나로 잘 이어지는 중이라 생각하는 중이야.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샛길이라 생각했던 무수한 길들이 마지막엔 이어져 뭔가 결과로 이뤄지긴 한 거 같아. 지금 내가 미국에 와있는 것도 그 결과라고 생각해. 매일 후회로 보내면 내가 선택한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 2년 동안 고민해왔던 길인데 그만큼 가치가 있는 거라고 믿어보자! 오늘 잘 보냈으면 되는 거야! 진아 오늘도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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