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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르진 Jun 14. 2024

[미국 일년살기] 나에게 보내는 편지

EP4. 원래 인생은 뜻대로만 되지 않는 거야.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                   브래큰브릿지 공원 산책

진아 안녕? 어제는 안녕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다행히 안녕한 하루야. 어젠 폭식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해서 막 먹다가 정신 차리자! 해서 어쩌다 보니 멈추고 푹 쉬려고 했어. 퇴근하고 잠깐 잤는데 불안감이 느껴지면서 일어났지 뭐야. 갑작스러운 불안감은 나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어. 심장이 답답해지면서 집안을 벗어나야겠더라고. 그래서 무작정 나가서 잠깐 걷고 왔더니 조금 진정이 되었어. 이럴 때 가족이라도 있으면 조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어쩌겠어 혼자인 삶에 익숙해져야지.  


혼자서 군생활도 꿋꿋하게 했었는데 미국 와서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익숙지가 않더라. 항상 참아야 했고 숨겨왔던 감정들이 펑! 하고 터진 기분이랄까.. 낯선? 내가 아닌 느낌이랄까. 이게 환경 탓인가 싶다가도 요즘 느낀 게 있어. 물론 낯선 환경도 있긴 하지만 나도 사람이라 당연한 거구나. 인정을 하는 중이야. 미국에 온 게 어쩌면 나를 알아가기 위한 시간인가 싶어. 지금처럼 나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된 적은 없었던 거 같아. 처음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조차도 모르겠더라고. 여전히 알아가는 중이지만 뒤돌아보면 그냥 너무 바쁘게 달려왔던 거 같아. 


무엇보다 원래 인생은 뜻대로만 되지 않다는 걸 실감하는 중이야. 폭식이 다시 시작되고, 우울하고 너무 지쳐 답답했을 때 그동안은 계획한 대로 잘 된거라 생각했었기에 지금 현실이랑 다른 게 너무 스트레스더라. 근데 막상 들여다보면 눈물 나게 미치도록 힘든 순간들도 있었는데 내가 그걸 잊고 있었어. 이뤄진 결과만 생각했던 거지. 미국을 다시 오게 된 것도 결과만 생각하면 뜻한 대로 된 거라 생각했는데 그 사이엔 정말.. 힘든 고비들이 있었단 걸, 내 뜻대로만 되지 않았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이 된 거란 걸 다시금 알게 되었어. 


너무 불안하고 힘든 그 순간에 "인생은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 거야." 이걸 생각하니까 좀 마음이 누그러지더라. 인생은 뜻대로 돼야 한다고만 생각을 하니 원하는 대로 안되었을 때 더 큰 분노와 자책감이 몰려왔던 거 같아.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가끔은 그러려니 하는 순간도 있을 텐데 말이야.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가다가 차가 막힌다고 다른 길을 알려주면 그대로 따라갔지, 화를 낸 적은 없었는데 말이야. 내 인생이란 길을 운전해서 절망이란 샛길로 빠질 때도 있고, 뻥! 뚫린 행복이란 고속도로로 달릴 때도 있는 건데.


나도 내 인생이 처음인데 잠시 길을 잃을 수도 있는 게 당연한 거더라. 다만 나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를 놓지 말자는 생각을 하니 알아서 운동도 가게 되고, 할 일도 집중이 되더라고. 사실 롤러코스터 마냥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겠어 하지만 오늘만큼은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고 싶어.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아도 내가 나만의 네비를 끄지 않고 천천히라도 간다면 언젠간 그 도착지에 도착해 있을 거라고, 우리 그렇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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