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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르진 Nov 13. 2024

군인의 딸, 군대 가다.

EP 10.  동료의 부고, 그리고 이별

항상 앞자리에 앉던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출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해 듣게 된 그의 부고소식. 같은 사무실 그리고 그것도 내 눈앞에 앉아있던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과 멍한 그 기분을 누가 알까 싶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신없이 일하던 그를 본 게 불과 몇 시간 전 같은데.. 그와의 나눈 마지막 인사가 영영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아니라고 조금 지나면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데 주인을 잃은 책상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말이라도 더 걸어볼걸. 그와 나눈 퇴근인사가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 더 따뜻하게 인사해 줄걸. 이제와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생각들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고요해진 사무실 그리고 안타까움, 슬픔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치듯이 내 머릿속을 마구 휘젓어 놓았다. 그의 장례식을 위해 정성스레 바닥을 닦고 청소를 하였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 남편이었던 그,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래도 한때는 나의 소중한 동료였던 그를 위해 진심을 다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남겨진 가족들을 보며 마치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울던 나의 모습 같아 너무나도 슬프고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잊고 싶었던 그때의 감정과 장면들이 떠올라 더 괴로웠다. 죽음이라는 트라우마가 내 심장을 움켜잡듯이, 목이 컥! 하고 막힌 듯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전투복을 입고 조문객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었기에 감정을 숨긴 채 묵묵하게 나의 할 일을 하였다. 


무뎌졌다 생각한 감정은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그의 관을 차에 싣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눈물이 흘러내렸다. 멈추고 싶었지만 멈출 수 없었고 한쪽 구석 한편에서 숨죽인 채 눈물을 닦으며 그와 마지막 이별을 하였다. 언제간 또 만나길 바라며. 

"청춘을 바쳐 군과 가족을 위해 살아온 당신이,

이제는 당신만을 위해 편안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다녀간 이 자리 기억하겠습니다. 안녕 나의 소중한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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