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일막걸리 Sep 16. 2024

첫 돌을 맞이하며

신림 해일막걸리 개업 1주년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사실 브런치에 올리려던 글이 따로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해막의 첫 돌을 먼저 맞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떤 사건을 기준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해일막걸리의 시작이 달라지긴 하는데요. 해일막걸리의 이름을 떠올리고 사부작거리며 혼자 창업을 생각했을 때부터일 수도 있고, 해일막걸리 팀이 생겼을 때부터일 수도 있고, 사업자등록을 한 날일 수도 있죠. 하지만 편의상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정식 개업한 날짜를 1일로 하겠습니다. 바로 2023년 9월 15일이에요!


무너지지 않을 천장이 있고, 네 개의 튼튼한 벽이 있는 곳에 공방 겸 양조장을 차리면서 1년 동안은 딱 월세만 벌며 버티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천만 다행히 월세를 한 번도 밀리지 않고 내며 지난 1년을 보냈어요. 무엇을 하느냐고 벌써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나 싶기도 하지만, 가만히 세어 보니 365일 동안 하루체험의 콘텐츠 안정화, 매주해막 출범, 팝업 막걸리 바, 타로 이벤트, 공공사업,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 취득, 심화체험 개시 등 많은 일이 있었네요.


1주년이 오기 전에 얼른 술도 내고 싶었지만 이건 조금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여러 시도 끝에 레시피를 얼추 완성했다고 생각했는데, 후숙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요소가 생겨 버렸어요 :( 그래도 한편으로는 좋은 소식도 있고요! (아직은 비밀입니다!) 연휴 전부터 또 다른 테스트 배치를 빚으며 이런저런 방법을 도모 중이에요. 제품 하나를 시장에 내보이는 데 너무나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지난 시간 동안 아담한 해일막걸리 안에서 좋은 분들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체험이 너무 재밌었다고 현장에서 엄청난 감상을 말씀해 주시는 분들부터, 집으로 돌아가신 후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감동적인 후기를 메시지와 리뷰로 남겨 주시는 분들까지. 이뿐인가요. 지인들께 해일막걸리를 추천해 주고, 새로운 행사가 있을 때마다 얼굴을 비추어 주시기도 하시는걸요. 일주일에 한 개씩 오래된 가게가 없어지고, 또 몇 주 뒤 새로운 가게가 생기는 보통의 골목에서 지금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원래는 작게나마 돌잔치를 열고 싶었는데, 기획할 시간이 모자라기도 했고 딱 추석 연휴와 겹쳐 버리는 바람에 많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아 소소한 의식으로 대신했습니다. 개업 선물로 받은 인삼꽃주를 개봉해 친구와 손님들과 나눠 마시는 것으로 첫 돌을 기념했어요. 마시기 아까울 만큼 너무 예쁜 술인데, 두 눈 꼭 감고 열었죠. 그 순간이 영상으로 남아 다행이에요. 


험한 시기를 잘 버티고 무탈히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요, 해일막걸리. 다음 두 돌 때는 받은 사랑과 행복을 더 널리 나누어 봐요.


해일의 아빠가 아침부터 끓여 주신 소고기 미역국. 맛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