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도파밍 #4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도파밍>의 에디터 딩입니다.
4월이 다가오니, 매섭던 바람 대신 따뜻한 바람이 불고, 들판에 하나 둘 싹이 피어나는 걸 볼 수 있죠. 그러다 보니 봄 감성에 젖어 절로 낭만적으로 변하게 되더라고요. 저 뿐만 아니라 삭막하던 제 OTT 알고리즘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답니다! 그 중 가장 흥미롭던 콘텐츠가 있어 소개하고 싶어요!
내 혈육의 로맨스, 연애남매
평소엔 물고 뜯는 '남'보다 못한 '남매'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내 사랑을 이어줄 큐피드가 될까? 나의 로맨스를 깰 빌런이 될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내 혈육의 로맨스
wavve, 공식 홈페이지 소개
연애남매는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연인을 찾아가는 가족 참견 연애 리얼리티로, 매주 금요일 8시 JTBC와 wavve에서 방영하고 있어요. 연애 프로그램 사상 엄청난 인기를 구사한 <환승연애 1,2>를 연출한 이진주 PD사단이 모여 제작해 공개 전부터 연프* 중독자들(연애 프로그램)에게 큰 기대를 모았는데요. 하트시그널 4, 솔로지옥 3 등 연애 예능들이 범람해 비슷한 포맷으로 시도하는 연애남매에 대해 성공하지 못할 거란 시각도 존재했어요.
하지만 보란 듯이 공개 후 3월 TV-OTT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달성하며 성공을 알렸답니다. 게다가 “연프에 관심 없던 부모님도 재밌게 본다”란 반응도 많을 정도인데요. 그렇다면… 똑같은 연프여도 왜 연애남매는 다양한 시청층에서 반응이 왔을까요? 같이 탐색해 보죠!
*스포일러 있습니다!
연프 탈을 쓴 가족 휴머니즘 프로그램
다양한 형태의 가족
연애남매는 가족을 다루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출연진인 남매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인터뷰든 과거영상이든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족이 나와야한단 포맷때문에 에디터 딩은 당연히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아빠, 엄마, 아들, 딸” 정상 가족만 나올 줄 알았어요. 특히 처음 공개한 재형-세승 남매가 전형적으로 묘사되는 이상적인 4인가족 구성원에 화목한 가정이었기 때문이죠. 딱히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올 거란 기대도 안했고요.
하지만 뒤에 공개되는 남매들을 보며 이 프로그램에 흥미가 생겼어요. 재형-세승 남매와 달리, 용우-주연 남매는 한부모 가족에서 자랐다라는 걸, 초아-철현 남매는 부모님이 돌아가셔 현재 남매 둘만이 유일한 가족임을 보여줬어요. 대체로 이런 가정이면 정상가족의 방송에서 “불쌍하다”에 초점이 맞춰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가족 간 유대감을 부각하는 역할로 사용하고 있어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조명한 점, 그리고 그들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기보단 그럼에도 화목한 가족이었다를 보여줬다는 색다른 시점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어요. (물론 초아-철현 가정사를 보며 자연스럽게 터지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답니다)
개인 서사 조명
진주PD의 전작, <환승연애>가 성공한 것엔 낯선 공간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사랑뿐만 아니라 X와의 추억을 조명하며 New와 X 중 누구를 선택할지 다루는 ‘서사’가 중심이었기 때문인데요. X의 이상형이 나타나면 하는 질투, X 앞과 New앞에서 다른 모습, 왜 새로운 사람에게 끌리는지 등 인터뷰를 보여주며 인물 행동 이유에 초점을 맞추는, 일종의 드라마 같은 부분이 있어 많은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낳아 인기를 끌었죠.
연애남매는 X가 없어 개인 서사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했었는데요. 어렸을 적 가족간의 기록, 부모님 인터뷰, 남매의 방 같은 콘텐츠를 넣음으로써 개인의 성장사에 집중했어요.
미연님, 저도 동의합니다
부모님이 녹화한 홈비디오, 앨범사진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가 직접 성장을 목격한 것처럼, 그들의 부모 혹은 친구가 된 것처럼 만들어줘 이입을 도와주고 있답니다.
그 중 개인 서사로 큰 반응을 가져왔던 인물은 바로 매형 헌터 “철현”이었는데요.
철현은 시트콤에서 보여지는 북적북적, 이상적인 가족 분위기를 부러워하는데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유일한 가족이 누나뿐이라 단란한 가족 분위기를 접한지 오래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입주 첫 날, 출연진끼리 다같이 밥먹는 자리에서 가족이란 게 느껴졌다라며 좋아하고, 부모님과 살갑게 지내는 세승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죠. 그런 철현은 누나가 듬직하고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그 매형과 사이좋게 지내고 챙김 받는 걸 꿈꾸고 있어요.
철현과 잘 통하고 사교성 좋고 듬직한 이미지의 용우를 맘에 들어하는데요. 누나인 초아가 정섭을 선택했음에도 은근 용우를 어필하고, 이어주려는 모습(혈육픽)이 타 연프랑 차별점이 느껴져 재밌었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용우-초아가 이어지길 바라는 것도 초아-철현 남매의 서사때문에 무조건적인 응원을 하는 거 같아요.
연애 프로그램 답게 이상형 언급도 되는데요. 일반 연프는 본인이 생각하는, 꿈꾸는 이상형만 언급되는 반면, 여기선 혈육이 그간 봐왔던 X 스타일까지 언급되며 이번에도 X 스타일이랑 걸 맞는 이성과 이어질지 추측하며 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출연자를 배려하는 섬세함
앞서 이야기했듯 연애남매 플롯이 가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과 연관된 활동들이 많은데요.(부모님이 준비한 반찬으로 저녁 먹기, 부모님과 전화 타임 등) 초아-철현 남매는 부모를 떠나보냈기 때문에 관련 활동을 못할 뿐더러, 난감하거나 당황할 수도 있던 것을 제작진 측에서 미리 알려줘 출연진들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준 점이 인상 깊었어요.
진주PD 인터뷰에 따르면 초아-철현 남매에게 방송에 어떤 멘트가 나갈 것인지 컨펌받고, 방송에 나갈 워딩도 하나하나 고민했다고 해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든, 연애 프로그램이든 방송의 재미를 위해 출연진의 특정 행동을 부각해 시청자들의 적으로 만드는 ‘빌런화’ 가 많은데요. 타 프로그램이었으면 ‘부모님의 전화’가 왔을 때, 날카로워 보이는 표정을 싸늘한 효과음을 넣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해당 이야기를 풀음으로써 시청자가 오해없이 그들의 표정,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빌런화에 질려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섬세하게 부각하는 프로그램이라 좋았답니다.
진짜 남매가 나오는 패널
연애남매 출연진들은 대부분 우애가 남다른, 남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남매인데요. 연애남매 패널로 나온 조나단-파트리샤 남매도 사이좋은 남매지만, 자주 투닥거리는 현실적인 남매 리액션을 보여주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이런 둘의 케미뿐만 아니라,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연애남매 출연진의 행동분석까지 들을 수 있어 색다른 재미가 있답니다.
마치며...
여러분, 연애남매의 매력 느낄 수 있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남의 연애를 보는 거에 흥미가 없어 연프랑 담을 쌓았었는데요. 시트콤과 같은 단란한 가족 서사에 감화되어 한 번 시작하니 매주 금요일 8시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제는 어그로와 도파민을 위한 진행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서사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앞으로 연애남매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어떤 남매가 중간에 들어와 판을 뒤집을지 기대하며 글 마칠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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