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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파 Sep 07. 2022

육아 번아웃?

일과 육아 그리고 운동 모두 포기 못해

어느샌가 출근하기 싫고, 비행하기도 싫고

퇴근해서 아이들과의 시간도 두려워졌다.

의욕이 안 생긴다.

유일한 내 삶의 활력소라고 믿었던 운동까지도 귀찮아지고, 모든 걸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뿐..


진지하게 아내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육아 번아웃에 걸린 것 같다고 한다.




번아웃 증후군?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번아웃 어디선가 들어는 봤는데, 이게 정말 내가 걸리게 될 줄이야? 정말 걸린 게 맞나? 몇 번을 생각해봤는데, 시간이 흘러도 지금까지도 의욕이 안 생긴다.


그러고 보니 올해 들어서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었다.

3개월 간에 PIC양성 (pilot in command), 이후 육아 병행, 각종 임무형 비행, 틈틈이 새벽기도회 참석, 일주일 3번 이상 크로스핏 운동 등 돌이켜보니


잠이 부족했고, 휴식이 없었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나 자신은 없었다.


항상 의욕과 열정이 넘쳤던 내가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티 낼 수 없었다. 유일하게 애들이 잔 후 아내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고 나서야 내가 육아 번아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며칠 전부터 육아시간을 써서 일찍 퇴근 후 사랑하는 두 자녀 어린이집 하원하러 가는 길임에도 행복하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보고 싶었지만, 데리러 가기가 싫었다. 정말 나 자신이 아빠로서 부끄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나만 든 게 아니고 , 이미 아내도 예전에 몇 번 나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내가 육아 번아웃에 걸리다니.. 보통 엄마들이 많이 걸린다고 하는데, 왜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욕심이 앞섰던 것일까?  

멋지고 든든한 가장이 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비행을 해야 하니 열심히 비행 연구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내 체력을 운동으로 단련시켜야 아이들과 오래도록 놀 수 있고, 새벽에 일어나 기도한다면, 우리 가정이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산 것 같다.

무엇하나, 돌이켜보면 나 자신을 위한 시간과 투자가 아닌 모두 가족을 위한 투자이고 노력이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고 세상의 모든 부모가 나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하필 나만 육아 번아웃에 걸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잠은 많이 못 자더라도, 아이들의 자는 모습만 봐도 행복했던 내가 어느덧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둘러보기 시작했다.

주말 라운딩을 가기 위해 퇴근 이후에 바로 골프연습장에 가서 골프를 치는 선배, 주말 자전거를 타고 저 멀리 여행하고 올 계획을 하며 열심히 출퇴근 길을 자전거로 타고 다니시는 교관님 등 각자 자기 삶의 행복을 위해서 살고 있었다.

그들의 삶은 재미있어 보였다. 정말 행복해 보였다.


나는 내 인생을 위한 삶이 곧 가족들을 위한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연년생 육아를 주로 하고 있는 아내 또한 마찬가지.

그렇다고 나 혼자만 내 인생을 위해 골프를 치던가 자전거를 타면 아내 혼자 아이들을 봐야 하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다.


그래서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결국 딱 하루 나 혼자만에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휴가를 쓰기로 했다.


이 하루의 시간은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아내도 날 위해 하루 정도는 배려해준다며 어딘가 다녀오라고 했다.

아내 왈 “ 물론 하루 다녀와서 육아 번아웃이 해결될지는 모르겠지만, 다녀와봐”


솔직히 나도 혼자 갑자기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이런 무기력해진 나 자신을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그저 현실도피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지만 잠시 떠나보기로 했다.


그저 뭐라도 나 자신을 위해 살아보고

그때 가서 내 삶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 타이틀의 욕심을 잠시만 내려놓고 이 하루는 스스로가 나를 좋아하게 되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육아 번아웃 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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