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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파 Sep 08. 2022

두 아이 연년생 아빠로서의 삶

아빠는 아프면 안 된다


연년생 아이들(3살 아들 하나 4실 딸 하나)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둔 나는 천하무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저번 주 월화수 가족여행 후 목요일은 야간비행, 금요일은 오전 오후로 비행 시뮬레이터 오후

16:00 칼퇴 후 집에 들어서자마자 이어지는 아빠로서의 삶


집에 가자마자 아내는 애들이 열이 나기 때문에 소아과에 다녀오라 한다. 집에서 저녁을 준비할 테니, 당신은 애들을 데리고 소아과로.

나는 속으로 같이 가면 좋은데..라고 내심 기대하지만 결국 나 혼자 두 아이들을 데리고 소아과에 간다. 두 아이를 각 카시트에 앉히고, 운전해서 이동, 소아과 건물 주차 후에는 다시 각 카시트에서 꺼내서 이동 시 둘째가 안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안아주면 손잡고 걷던 첫째가 질세라 본인도 울며 안아달라고 한다.

결국 나는 15kg 정도 되면 두 명의 아이들을 동시에 들고 3층까지 올라간다.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예전에는 엘베가 하나밖에 없고 사람이 북적한 날 엘베를 놓치기라도 하면 나는 어김없이 계단으로 두 아이를 안고 올라간 적도 있다.


그렇게 겨우 소아과로 이동해 진료 후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집으로 가던 중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 오늘은 치킨을 먹자며, 요즘 배달비가 비싸니 치킨을 찾아오라고 명하신다. 다시 치킨집에 들러서 집으로 도착.


어느덧, 나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르지만, 아직 아이들 목욕 그리고 양치 마지막으로 재우는 것이 남아있다.


그런데 오전 오후 비행 시뮬레이터 훈련을 해서인지, 머리가 살짝 어지럽고 열이 나는 것 같다. 첫째 딸도 열이 안 떨어져서 소아과에 간 건데, 더 열이 심해져서 치킨도 많이 먹지를 못한다. 부모로서 아픈 자녀를 보면 내가 아픈 것보다도 더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치킨을 후딱 먹고, 후딱 두 아이를 순서대로 목욕 씻겼다. 다시 약을 맥이고 양치를 시키면 거의 오늘 하루는 마지막 육아 일과가 끝이 난다. 애들을 재우기 전 아내가 나에게 물과 타이레놀 한알을 가져왔다. 당신 이거 먹고 자라고. 아까 머리 아프다며..라고 하고 약을 건네는 그 말에 감동 그 자체였다. 내 아내는 표현이 서툴고 전형적인 ISTJ이지만 가끔 무심하게 건네는 표현에 참 내가 감동을 받는 것 같다.

그렇게 애들을 재우고 같이 눕다 보면 나까지 잠이 들어버린다.

겨우겨우 육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내를 깨운다.


육퇴 후 아내와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꿈만 같다.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아내와의 둘 만에 시간을 포기할 수 없어, 꿋꿋이 버티며 아내와 영화 한 편을 때린다. 영화 제목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느끼는 게 많았다.

영화 감상 후 아내와 이야기하다가 나는 내가 어떻게 잠든지도 모른 채 거실 소파에서 잠들어버렸다.

많이 고단했나 보다.


다음날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열은 37.5도 몸살끼가 있다. 평상시 주말이면 내가 아이들 아침밥도 맥이고, 많이 놀아주어야 하는데 계속 침대에 누워있게 된다. 왠지 모르게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아내에게 제일 미안하다.


아이들은 내가 아픈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올라와서 나를 깨물며 장난친다. 그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아내는 나에게 좀 쉬라고 하며 애들과 거실에서 놀고 나는 좀 누워서 쉬었다. 내심 고마웠다. 아내도 내가 출근하는 동안에는 애들이 어린이집 방학이라 하루 종일 독박 육아를 했을 텐데도 힘든 내색이 없다.


좀 쉬고 나니 몸이 그나마 나아져서 다시 아빠로서의 임무를 실시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

농장에 가서 토끼와 염소들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했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구슬땀을 흘려가며 먹이를 준다. 첫째 둘째 각각 한통의 당근 먹이를 사서 주었지만, 둘째 아들이 본인 먹이가 다 떨어지자 첫째 누나껄 호시탐탐 노린다. 둘째는 당근 한 개만 달라고 하지만 첫째는 당근 한 개도 용납 못한다.

첫째에게 

 개만 나눠주자. 우리는 가족이니까 “

나누자라고 해도 소용없다. 둘째가 몰래 첫째 먹이를 뺏어서 토끼에 넣어주자 난리가 난다. 첫째는 울며불며 농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운다. 속상해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달래지만 쉽게 달래지지 않고 결국 아이스크림을 약속하고 겨우 달랜다.


두 연년생 아이들을 데리고 농장에서 집에 오는 길.

다시금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진다. 아내는 또 내가 걱정됐는지, 주말에 약국 하는 곳을 찾아서 날 위해 약을 먹고 자라고 한다.


그렇게 다시금 집에 와서 애들 씻기고 재우기 전 아내가 주는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잤다.

자기 전 아내가 나에게 한 말 ‘ 두 아이의 아빠는 아프면 안 돼’

이 말을 들었을 때 고맙기도 하면서 뭔가 느껴지는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자녀가 아닌 진짜 부모이고 어른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맞아 나는 이제 아프면 안 된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서


아이들과 같은 시간에 잠들면 저녁 9시에 잠든다. 그렇게 자고 나면 새벽 03:00에 눈이 떠지고 다시 잠이 들지 않아 이렇게 글을 남긴다.


다행히 아내의 기도 때문인지, 몸 컨디션이 좋다.


다시 이어지는 추석 연휴, 오늘 퇴근 이후부터 연년생 아빠로서의 임무를 수행한다. 천하무적 아빠가 되기 위해 퇴근 전 운동부터 해야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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