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3)
파란 점퍼 중년의 사내는
잠시 쉬며 숨을 고르는 것이다
그 옆을 젊은이들이
재빨리 지나쳐 가고
그 사이 벌어질 때까지
사내는 발걸음을 아직 떼지 않고
산 정상이나 뒤를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덩그러니 남은
발 밑을, 눈길을 밟은
낡은 신발을, 그 발치를
지그시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지나온 그 자리에서
사내는 속력을 내지 않고
자기의 속도를 꼭 지닌 채
눈길을 걸어가듯이,
그제서야 움직이는 것이다.
최근 며칠 사이 부쩍 다시 추워짐을 느끼고, 겨울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봄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마지막 눈을 기다리며, 혹시 한 번은 더 내리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보았습니다. 지난겨울 내가 걸어온 눈길을 생각하고, 아직도 이어진 미래의 눈길을 계속 그리고 있습니다.
어디에 있든지 '눈길을 걸어가듯이' 조심스럽게, 나만의 속도를 갖추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여전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