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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준 Nov 26. 2022

2.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

제조 대기업에서 IT 스타트업으로

제조 대기업에서 IT 스타트업으로

 가장 큰 취미는 웹툰보기 입니다. 수십 개가 넘는 각 세계관들에 빠져 있을 때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최근 웹툰들의 가장 흔한 주제 중 하나는 삶을 과거로 회귀하는 회귀물입니다. 아마 매 순간 선택을 강요당하는 현대 사회 사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기억을 잃지 않은 채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판타지만큼 자극적인 건 없다는 증일 것입니다.

 저도 최근 그런 맥락에서 입버릇처럼 말하는 판타지가 있습니다. 만약 인생을 세 번 살 수 있다면 두 번째 삶 정도에서는 삼성전자를 퇴사하지 않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비교적 편하게 고 싶다는 것입니다. 물론 첫 번째 인생은 현재의 삶이고 세 번째는 태어날 때부터 경제적 자유를 얻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삶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의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이는 판타지에 그칠 것이고, 저는 역시나 현재를 살아가야만 합니다. 제가 이렇 지금의 삶을 첫 번째로 두게 된 것은 우연히 마주한 한 권의 책 덕분이었습니다.


 제주도 독립 서점


 이 책 아내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 독립서점만 세 곳을 돌아다녔을 때 만났습니다. 당시 여느 직장인들처럼 바쁘다는 핑계를 무기 삼아 책을 멀리 하던 삶이었는데, 책을 좋아하는 아내 덕에 이때의 여행 코스는 독립 서점들로 이루어졌습니다. 브런치에서 제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미 잘 알고 계실 확률이 높아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독립 서점은 자본을 통해 대형 서점에 유통된 책들이 아니더라도 서점 주인 취향에 따라 선택된 책들을 만날 수 있는 일종의 보물 창고 같은 곳입니다. 당연히 전국 모든 곳의 독립 서점들이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 좋은 곳들이겠지만, 제주도라는 장소가 주는 여행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가미된 제주 독립 서점은 여행과 고즈넉함을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마주하자마자 모든 긴장을 풀어버리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아마 이런 까닭에 이 책이 저를 더욱 단번에 뒤흔들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책 제목은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입니다. 당시에는 무심코 지나쳤지만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펼쳐 보니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원작 <답이 있다면 알 수 있는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좋은 책이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돌고 돌아 다시 같은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가 봅니다.

 제 기억으로 책의 작가인 조태호 님이 '모두의 딥러닝' 저자라는 소개에 손이 갔던 것 같습니다.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무슨 이야기를 썼을까 하는 궁금함에 몇 장을 읽어 본 후 곧바로 구매하게 되었고,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머지 제주 여행 며칠간 카페를 들릴 때마다 읽어서 완독 한 것 같습니다. 대상을 수상했던 만큼 재미있는 책이니 여유 있으실 때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작중에 저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낯선 일본 땅으로 공부하러 갔지만 모든 일이 틀어져 버렸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되어 어느 매섭게 추운 겨울밤 주차장 차 안에서 정신을 잃은 채 꽁꽁 얼어가던 순간에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한 가지 묻고 싶다.

  아주 쉽게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삶을 선택해야 하는


  당신의 이유는 무엇인가."



 무언가 행동이나 결정을 하면서 이유를 말한다는 것은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따금 견디기 힘든 순간이 오면 '그냥 놓아버리면 편하겠다'라는 내면 깊은 곳의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놓아버릴' 이유는 별 일 아닌 많은 순간들에서 찾아오는데 정작 '놓지 말고 살아야 할' 이유는 지금의 삶이 진실되고 명확하게 만족되어야만 주장할 수 있고 성립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문구 아무런 이유를 댈 수 없는 저의 마음을 목격하고는 며칠 내내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안타깝게도 우리는 웹툰처럼 다시 회귀할 수 없 '인생은 한 번뿐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따라서 그냥 이대로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고작 '살아가야 하니까'라는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 저는 반드시 죽기 직전에 후회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현재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후회한다'라는 명제를 대우로 바꿔 말하면 '후회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입니다. 안타깝게도 제 삶의 좌우명 몇 가지 중 하나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였습니다.

 좌우명은 삶의 방향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전 결국 모순을 해결하는 향으로 삶을 이끌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제 나름으로는 비교적 명쾌한 논리였기에 결심을 한 저는 곧장 퇴사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됩니다.


 위기


 그러나 돌입하자마자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제주 여행 2달 전 저는 회사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인공지능 반도체에 관해서 배우는 것이었는데 4개월 간 전일제 교육을 받고 2개월 간 회사에서 일과 병행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한 총 6개월 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회사마다 규정이 다르겠지만 삼성전자는 보통 교육 종료 후 교육받은 기간의 4배만큼 근무하지 않고 퇴사하면 전체 교육비 중 조기 퇴사한 날 만큼의 돈을 사비로 물어주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6개월 교육비가 4천만 원 책정되었는데 교육 종료 후 2년이 아닌 1년 만에 퇴사하면 1/2인 2천만 원을 물어내야 퇴사가 가능한 것입니다. 안 그래도 몸값 비싼 컴퓨터공학 교수님들 수십 명을 모셔서 9명의 적은 인원이 수업을 받았기에,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겠지만 길게 잡아 4개월 후에 퇴사해도 1년 반이라는 기간에 대해 물어야 하는 비용이 매우 컸습니다.

 결국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퇴사에 관한 모든 시곗바늘을 1년 10개월 후로 맞출 것이냐라는 큰 문제의 답을 내야만 했습니다. 사실 평소 작은 낭비도 싫어해서 일말의 고민도 없이 늦추는 것이 맞았습니다. 그리고 당장 회사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교육 프로그램을 다녀와서 해볼 수 있는 일도 꽤 많았습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그러나 '한 번뿐인 인생'에서 1년 10개월, 그것도 남아있는 인생 중에 가장 젊을 때의 시간 가치는 미래 가치로 환산했을 때 감히 당장 지금 얼마의 돈과 비할 것이 아니라는 호기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이를 하나의 '문제'로 치환하 문제 해결을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퇴사를 하는 것 자체 또는 1년 10개월 후가 아닌 당장 4개월 후에 퇴사를 하는 것의 이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이를 금전적인 이득으로 가져와 손해를 줄일 수 있을까 연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것이 잘 발견될 리 만무하였고, 저는 가슴에 큰 돌덩이를 안은 채 채용 공고 탐색부터 시작해서 7년 만에 이력서를 준비하고 기업들을 탐색하며 각종 정보를 얻는 퇴사 프로젝트를 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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