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니 Apr 18. 2024

도파민 분비는 어디에서 올까

건전한 쾌락을 찾아서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등원시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아무도 없다. 드디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다이어리에 좀 끄적이고 글도 쓰고 오랜만에 다꾸도 좀 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생각에 신나 있었다. 책상에 앉기 전, 잠깐 알림을 확인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켰다. 인스타그램을 켜자마자 처음 보이는 피드에 사로잡혀 나도 모르게 1시간 가까이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황금 같은 시간을 버리고 말았다.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한 신상 소식을 듣고 쇼핑몰을 찾아 들어갔다. 전부터 사고 싶었던 병잉크와 만년필을 장바구니에 추가했다. 사고 싶은 연필도 넣고 신상 구경을 하며 하나씩 장바구니를 채우다 보니 30만 원에 도달했다. 당장 사고 싶었지만 금액도 그렇고 뉴스에서 듣던 물가상승 소식에 결제는 포기했다. 하지만 차마 장바구니는 비우지 못하고 있다. 딱 하나면 살까 고민도 해보지만 다시 한번 소비단식을 떠올리며 버텼다.



기상 후 바로 쓰지 못한 모닝페이지를 쓰다가 생각했다. 나를 포함해 어떤 사람들은 행복감을 채우기 위해 소비를 하지만 그런 식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고 금세 식어버린다. 이런 식의 소비도 도파민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도파민을 분비시킬 수 있을지 적어봤다.

가장 먼저 적었던 건 바로 독서다. 독서를 하면 그 행위 자체만으로 지적인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것이 착각일지라도 기분이 좋다. 독서를 하면 나중에 꼭 필사를 남긴다. 필사노트에 규칙적으로 기록된 글씨를 볼 때면 아름답다고 느낀다. 정말이지 필사노트 속 글씨 그 자체가 아름답다. 자기만족으로 만족도 최고치다.

생각의 꼬리를 물다가 하나의 결론으로 도달했다. 내가 느끼는 쾌락은 주로 '배움'에서 온다. 숏폼에서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정말 다행이랄까. 나는 영상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보다 유행도  많이 느리고 흔히들 말하는 '문찐'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누가 뭐라고 한들 정말 관심이 없어서 보게 되질 않는다. (나를 놀리는 사람이 숏폼 중독인 내 남편이라도 말이다!) 덕분에 배움에서 오는 쾌락은 주로 아날로그에서 많이 느낄 있었다.


건전한 방법으로 쾌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더니 별안간 자신감이 솟구친다. 소비단식도 현명한 방법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디서 쾌락을 느끼는지 깨닫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필사노트 구경하기

https://www.instagram.com/reel/C4zcpN9L9KI/?igsh=ejFiNjg0b2l1aWdu


작가의 이전글 시간여행자가 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