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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비 Jul 25. 2023

베트남과 나 (Vietnam & I) 2

베트남에서 사업 한 번 해보시려구요?

안 하는게 아니라 안 되는 거라고!


첫 납품이 끝나자, 다낭 지사에 머물고 있던 나에게 바로 한국 본사에서의 다그침이 시작되었다. 일을 끝냈으니 돈을 받아내라는 것이었다. 이미 여러 번 발주처 쪽에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들은 진행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 외엔 어떤 답변도 돌려주지 않았다.


다낭 시청사 조감도 [출처] 무영건축

계약서를 쓰지 않았냐고? 물론 썼다. 참고로 공산국가가 서류는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지불도 되지 않으니 결국 난 폭발하고 말았다. 당장 발주자 (당시 발주자는 다낭시였으며, 다낭시 산하기관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대리인에게 달려가서 퍼붓기 시작했다. 퍼부었다고 표현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계약서에 나와 있던 페널티에 대한 내용이 고작이었다.


매일 같은 반복적인 잔소리에 그들도 질렸던 걸까? 어느 날 회계를 담당하던 실무자와 함께 은행을 가자고 제안하는 게 아닌가. 서비스 완료에 따른 지불을 진행하겠다고. 


‘드디어!’를 외치며 나는 내심 기뻐했다.

“미스 김, 그런데 돈 보내려면 한 1주일 걸릴거야.”


이건 또 무슨 소리? 뭘 하길래 돈 부치는데 1주일이 걸려. 전신환이 없나? 난 태초에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돈 부치는데 1주일? 뭐, 한국 은행 통장에 찍히는게 그렇다는 건가? 


은행에 도착하자, 시청직원으로 보이는 몇몇이 은행 내부에서 보따리를 들고 나왔다.

‘음, 이건 뭐지?’

놀랍게도 그건 다름 아닌 돈 보따리였다. 베트남 돈이 가득 들어있는. 그러더니 그들은 베트남 동을 세기 시작했다. 당시 달러로 계약을 맺었으니 달러로 환전을 해야 했고, 그들의 환전법이란 정말 달러만큼의 베트남 동을 은행에서 직접 세어 달러로 바꾼 다음 송금을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지불할 만큼의 돈을 시청에서 한번 확인을 하고, 그것을 은행으로 옮겨서 은행에서 다시 확인하고 환전해서 송금하는 것이었다.


2007년에는 1달러가 160,000동 정도였으니 지금과 비교해보면 베트남이 10배정도 성장했다 볼 수 있는 건가? 여튼 당시 지불해야할 돈이 100만달러라고 가정 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베트남 동을 그들은 세어야 했던 걸까…족히 1주일이 걸릴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 날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진심 그들은 돈을 안 보내는 것이 아니라 보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돈 세느라… 


거짓말 VS 침묵


황당한 경험담을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하나하나 일련의 사건 안에 내가 겪었던 베트남 사람들이 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인도차이나 (Indochina) 반도라는 이름은 인도문화와 중국문화가 섞여 있기 때문에 얻어진 이름이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대표적인 중국문화 국가가 베트남이다. 따라서 그들도 중국인이나 한국인들처럼 체면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거짓말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자신에게 불리한 것, 혹은 상대방의 비난을 살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철저히 침묵한다고 생각한다. 용역비 지급과 환전의 문제도 사실상 같은 맥락안에 있다. 이런 기질들은 나중에 큰 문제를 만들기도 하며, 특히 뒤늦게 사실을 확인하게 된 한국인들의 경우 사기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 자기는 거짓말 한 적 없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가 되는 것이다. 


거짓말과 말하지 않는 것은 엄연히 다른 행위니까 말이다.



시청사 공사가 한창이다. [위] 1980년 다낭 한강변의 모습 [아래]2013년 다낭 한강변의 모습  [사진] Ông Văn Sinh_Bao DaNang


당신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그리고 함께 일할 베트남 친구가 있다면 무조건 많은 질문을 하라고 나는 권하고 싶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말이다. 그리도 여러번 반복해서 확인해도 괜챦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해야한다. 환전의 문제도 만일 계속 캐묻지 않았다면 저들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이 묻지 않으면 그들이 알아서 답을 해줄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다. 당신이 듣지 못한 답등 중에는 후에라도 당신에게 리스크가 될 만한 것들이 반드시 있을 수 있을 수 있다. 


철저하게 확인하는 것 외에 내가 아는 한 더 좋은 방법은 없고 결국 그것은 사업을 하려는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괜히 쓸데없이 의리 지킨다고 한 명의 지인에게만 의지하는 것도 피해야할 태도 중 하나이다. 그것이 베트남인이든, 베트남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든지 말이다. 결국 돌다리는 돌다리를 건너려고 하는 사람이 직접 두드려 봐야 한다. 내 목숨이 달렸으니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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