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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비 Mar 22. 2024

브런치 왈 '글' 좀 쓰시게~ (1)

내가 브런치에서 가장 많이 받는 메시지는 글을 꾸준히 연재해야 한다, 뭐 그런 내용의 장려(?) 메시지이다. 원래 부지런히 쓰려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긴 했는데, 내가 원했던 주제인 인테리어는 현재 실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 쓰고 (?) 있고, 월요일마다 올려보자 다짐했던 에세이는 불만과 회의로 가득 차는 거 같아 잠시 쉬기로 했다. 


난 행복한 글을 쓰고 싶은데, 주변에 그다지 행복한 일이 없었나 보다. 글을 보니 딱 느껴지더라. 가뜩이나 피곤한 월요일인데, 시작도 우울하게 할 순 없지.


브런치의 장려성 멘트도 받아들이고, 또 글 연습도 할 겸, 최근 내가 읽은 책과 드라마에 대한 리뷰를 써볼까 한다.


드라마. 사실 나는 거의 보는 드라마가 없다. 일단 소설을 안 읽은 지 꽤 됐다. 내 삶 또한 소설급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드라마에 집중하지 못한다. 단, 추리물이나 형사물은 제외이다. 그런데 최근 <<신성한 이혼>>이라는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보게 되었다. 


“넷플릭스 만쉐이!”


간혹 나의 방황과 무료함을 어떻게든 달래어주는 스트리밍 서비스들. 엄청 많은 콘텐츠 중 딱히 땡기는게 없기로 유명한 넷플릭스에서, 멜로, 휴먼 드라마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 내가 제목 느낌 그대로 드라마 같은 드라마를 선택해서 보게 되었다.

주인공이 조승우라서. 물론 난 딱히 조승우의 팬은 아니다. ㅋㅋㅋ 



어쨌거나…

의외로 재밌어서 정주행을 하게 되었다. 총편수는 12편. 알고 보니 카카오의 웹툰이었다고. 

예전에 “사랑과 전쟁”이라는 K방송의 유명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실제 이혼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정말 이 세상에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로 도배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우리는 드라마보다 훨씬 드라마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이혼전문 변호사 신성한의 이야기. 물론 이 주인공 또한 여느 드라마와 다르지 않게 사연을 가지고 있다. 미래를 약속받은 피아니스트에서 죽은 여동생의 한을 풀기 위해 2년 만에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변호사가 된 조금은 먼치킨스러운 향기의 주인공.


내가 이 드라마를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작가가 주변의 생활 이야기를 특정 주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40대에 중년으로 접어드는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 20대가 ‘꿈’ ‘도전’이라는 단어로 채워진다면, 40대는 ‘좌절’과 ‘방황’이 가장 큰 이슈가 아닐까 생각한다. 40대에도 품었던 인생의 꿈을 끈질기게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히려 내게 꿈이 있었던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20대나 30대에는 별로 흥미롭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살아보니...' 라고 말할 정도는 되어야 재밌는 드라마(?)일 거 같다.  ‘이혼’이라는 테마 속에 의외로 넓은 세상이 보여서 개인적으로 좀 놀랬다. 물론 내 주변에도 돌싱 친구들이 꽤 생겼지만, 그들의 헤어짐의 사연이 결국 내 이웃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 새삼 놀랐다. 결국, 결혼도 이혼도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에 크게 공감하게 된 기회였다고나 할까…


POINT 1.

40대 아재들의 개그와 우정. 아직 싱글인 남사친 내 친구들이 딱 저렇게 놀 거 같다는 생각에, 그 리얼함에 박수를 치고 싶다. 비단 남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오래된 중년 싱글 여자친구들끼리 모여도 대화는 한없이 싱거워진다. 확실히 남자들의 즐기는 방식이 조금 더 과격하긴 하지만, 너무 자주보고 오래 알아서 더 이상 말을 많이 할 이유가 없는 사이 말이다. 그런 리얼함을 정말 재밌게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친구들이 있어 주인공은 죽을 때까지 재밌겠다,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멀리서 보면 나와 내 친구들의 우정도 꽤 괜찮아 보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래된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한다.


POINT 2.

이혼, 그 복잡함 속에 내재된 삶의 이야기여. ㅋㅋㅋ 예전엔 이혼하는 사람이 아주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사실 이혼은 선택의 문제일 뿐, 그 안의 사연이 삶에서 일어나는 그 이야기와 전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내가 늙어버린 이유도 있겠지. 하지만 세상의 대부분의 문제는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인간이 아닌 것과 인간사이에서 발생할 일이 없다. 개인적으로 사람에게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그 인간을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극복할 수 없는 리스크이다. 핸들링이 불가능한 리스크이다. 결국 리스크가 문제로 이어졌을 때, 부부사이라면 이혼이라는 선택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고, 직장이라면 이직을, 개인적인 관계라면 요새말로 ‘손절’을 통해 반복될 가능성이 큰 리스크를 없앤다.


POINT 3.

연기. 뻔한 포인트인가? 물론 드라마니까 중요한 요소이다. 중요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는 기본이고, 너무 적절한 캐스팅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웹툰은 보지 못했지만, 웹툰의 설정이 좋았었나?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잔잔함 안에서도 축척되어 있을 농도 짙은 감정을 잘 표현해 주었다. 그리고,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진 인간들이 살고 있는지도 드라마 캐릭터들을 통해 다시 한번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안치환의 노래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생각이 든다.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램이다. 아주 독한 세상사를 독하지 않은 사람들을 통해 지혜롭게 풀어가는 그런 이야기.


나른하니 쳐지는 봄날. 주말이다. 약속이 없다면? 중년의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면? ㅋㅋㅋ

추천한다. <<신성한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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