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스파 May 18. 2024

황비홍 이연걸 vs 범죄도시 마동석

싸움의 콜라보

예전에는 동시상영 극장이란 것이 있어서 표 한 장으로 두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처럼 지정 좌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회차가 표시된 것도 아니어서 아침에 가면 저녁까지 계속 영화를 봐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방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한 영화관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하나밖에 없어서 명절이라도 되면 좌석에 앉아서 보는 것은 행운이었고, 좌석 사이 복도에 앉은 사람, 뒤나 양옆 벽에 붙어 보는 사람, 그리고 심지어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도 많아서 극장 안이 항상 뿌연 했다.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알프레도와 토토가 함께 있던 시칠리아 섬의 작은 영화관이 딱 그런 모습이었다.  

  

하루에 담배 5~6갑을 피우시던 나의 아버지는 그래도 영화관에서는 절대 피우지 않으셨는데,  

아널드슈워제네거를 너무 좋아하셔서 그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셨고, 

그 피를 물려받은 나도 강력한 힘을 가진 주인공이 치고받는 영화라면 빼놓지 않고 보는 영화광이었다. 

그중에는 성룡의 영화도 있었다.     


그 시절 명절에는 성룡 주연의 영화가 당연한 듯 매번 개봉되곤 했었는데, 나도 취권을 시작으로 성룡 영화를 너무나 애정한 사람이었지만 어느 순간 황비홍이 나오면서부터 조금씩 사랑이 기울기 시작했다.  

   

성룡에서 황비홍으로 관심이 기울기 시작한 단 하나의 이유는, 

결국은 이기지만 시종일관 때린 만큼 맞거나 가끔은 지기도 하는 성룡에 비해 황비홍은 수없이 많은 결투에서 쉽사리 맞는 일이 없었다는 것에 있었다. 

주인공이 적에게 맞아도 언젠가 또 일어나겠지 기대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맞지 않는 것이 조금은 덜 가슴 졸이고 상남자처럼 보였는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범죄도시의 마석도가 그렇다. 

어지간해서는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맞는다 하더라도 타격감이 별로 없어서, 가끔은 마땅히 응징해야 할 나쁜 놈이라도 측은지심이 들 때가 있다.

마동석이 연기한 범죄도시의 마석도나 이터널스의 길가메시는, 싸움으로만 보면 그다지 차이가 없는 캐릭터여서 신에 가까운 액션을 보여주는 마석도의 주먹은 항상 통쾌하기 그지없다.    

 

어릴 적 태권브이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지 이루어질 수 없는 쓸데없는 고민을 했던 것처럼, 

불패의 두 주인공 황비홍과 마석도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태권브이 vs 마징가Z = 태권브이 승

황비홍 vs 마석도 = 마석도 승     


한중일의 대결인데, 내가 대한민국 사람인 걸 어쩌겠나.

작가의 이전글 tvn 드라마 ‘졸업’의 다른 불편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