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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스파 Jul 26. 2024

너 마늘 사랑한다 했잖아~

드디어 산더미 같던 마늘을 다 깠다.  

   

그동안 ‘삼식이 삼촌’ 16편과, ‘돌풍’ 12편, 스위트홈3 8편, 파묘, 그리고 본방 시청을 못한 갖가지 예능과 드라마를 모두 봤다. 서진이네와 런닝맨은 재방송을 하도 많이 봐서 대화를 외울 지경이다.   

  

하지만, 외화는 볼 수 없었다. 손에 칼을 들고 마늘을 까며 자막을 동시에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무려 4주간의 대장정이었고, 주말을 온전히 이 작업에 바쳐야 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시작된 마늘 까기가 장마의 끄트머리에서 비로소 종료되었다.     


형수님이 잘 된다며 택배로 선물해 주신 신상 믹서기로 시원하게 갈아버렸다.

밥반찬으로 생마늘을 먹는 나이기에 1년치 마늘의 절반은 내 입으로 들어오리라.

이제는 호화스럽게 라면을 끓일 때도 저 마늘을 넣고, 간장 양념을 할 때도 저 마늘을 넣고, 파 기름을 낼 때도 반드시 저 마늘을 넣으리라.

지퍼 백에 넣어져 냉동실에 산처럼 쌓인 저 노란빛깔 마늘들은 이제 우리의 밥상 위에서 제 역할을 다 하리라.     

하지만, 희생이 너무 컸다.

아무리 손과 손톱을 닦아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고, 왼손 검지는 마늘 진액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해 무좀에 걸린 발가락 마냥 갈라지고 벗겨졌다.

마지막 날엔 손가락 끝 마디마디 밴드를 붙여서 저항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수를 하고 스킨과 로션을 바른 후 잠시 뒤 또 스멀스멀 손가락 끝에서 올라오는 마늘냄새.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코끝에 가져다보지만 역시나 마늘냄새.

열 손가락 담갔다 뺀 물로 찌개를 할 수 있는 지경이다.     


그래도 이제 마늘에서 해방되었다는 기쁨은 감출 수 없다.

이번 주말에는 순위표에 있는 순서대로 외화를 보면서 그동안 나 자신의 노고를 치하해줘야겠다. 

    

그나저나 이 마늘 냄새는 어떻게 없애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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