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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뿌악 Oct 03. 2022

당신은 음기 인간인가

에너지를 빼앗는 것들에 대하여

이분법적인 사고가 무조건 나쁜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무언가를 '그런가? 그렇지 않은가?'로 판단하면서 지혜가 생긴다. 만약 누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라고 말한다면 그걸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다. 사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도 결국 이분법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음양론은 이분법적이재미있는 이론이다. 음양론에서는 모든 인간사회의 현상을 음과 양의 관계로 설명한다. 세상은 음(陰)·양(陽)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만사를 이분법적으로 설명을 한다니 이 얼마나 명쾌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위험한가!


음과 양은 대립되는 개념이다. 음은 부드럽고 약하고 어둡고 수동적이고 여성적이다. 양은 강직하고 굳세고 밝고 능동적이고 남성적이다. 이런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흥미롭다. 물재미로만 볼 일이다.





음기 인간, 양기 인간


회사에서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애교로만 때우는 사람을 보면, 음기 인간은 이런 인간이 아닐까 싶다. 이런 사람들은 매력으로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빼앗아간다. 에너지의 흐름 양에서 음으로 흐르듯, 이런 음기 인간은 양기 인간의 에너지를 빼앗아간다. 양기 인간들은 주로 에너지를 남에게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오지랖이 넓고 일복이 많다.


인간관계에서 상호적으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경우는 드물다. 서로 공평하게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 그런 관계는 거의 없다. 주로 누군가가 에너지를 준다. 부모과 자식의 관계, 스승과 제자의 관계, 형과 동생, 남과 여, 선배와 후배 등 다양한 관계에서 그렇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인 남성이라면 언젠가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 남자 어른은 양기를 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태생적으로 여성에 비해 부족한 음기로 인해 우울감에 빠진다. 나이가 지긋하게 든 남자가 양기는 없고 음기만 가득하다면 거부감이 들 것이다. 양기가 부족한 사람은 남자들의 세계에서도 형 대접을 못 받는다.



디지털 사회에서 음기 인간


양은 밝고 음이 어둡다면, 현실세계는 양이고 디지털 세계는 음이. 음의 에너지가 양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듯, 현실 세계의 영역들이 디지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다. 현실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양기 가득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유튜브 시청에 지나치게 시간을 쓴다거나 웹소설에 푹 빠져있다거나 아프리카TV의 BJ들에게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 모든 게 양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디지털 음의 에너지들이다.


오늘날은 디지털 음기인간의 시대다. 혹자는 디지털에서만 목소리가 큰 사람을 키보드워리어라고 비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어쩌면 그 사람들은 양의 에너지를 가져갈 수 있는 음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디지털 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키보드워리어가 아니고 음의 세계에서 힘을 발휘할 뿐이다.


디지털 음의 에너지를 키워야 하는 시대다. 블로그를 하든, 유튜브를 하든, 인스타그램을 하든,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이용해서 현실에 존재하는 양의 에너지를 빨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도록 하고 내 영상과 사진을 보도록 한다면, 나는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문득 나는 '에너지를 주는 사람인가 혹은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남의 에너지를 가져올 능력을 키우는 일은 보람된 일이다. 가끔 내 글의 조회수가 높아지거나 블로그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기분이 좋다. 현실세계에서는 양의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고(운동, 독서 등), 디지털 세계에서는 음의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좋은 글쓰기).


음양론은 가치의 우열을 판단하는 학문은 아니다. 양의 에너지든, 음의 에너지든 둘 다 중요한 에너지다. 우리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하고, 남의 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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