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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뿌악 Oct 13. 2022

매혹적이라는 착각

매혹적이었던 걸까, 대상화되었던 걸까

누구나 매혹적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오늘날 매혹의 힘을 가진 사람은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다. 매혹의 힘은 신비하고 추상적이어서 설명하기 어렵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누군가를 욕망하게 만드는 걸까. 우리가 누군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당신 소유욕 상대방의 인간성을 향해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혹시 인간성 배제고 단지 대상화한 상대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가.


누군가를 대상화한다는 것은 상대의 인간성을 배제하고 상대를 물건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대상화된 상대에게 인격적 공감보다는 성적 욕망과 소유욕 같은 것들을 느끼게 된다. 역으로 내가 사람들소유욕을 자극하는 대상이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위험하다 싶으면서도 짜릿한 기분이 든다. 적어도 그 상황에서 권력이 마치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누군가에게 소유되는 것을 허락함으로써, 그에게 큰 기쁨을 선물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상화된 것은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을 때 가치가 극대화된다는 사실이다. 대상이 누군가의 소유로 돌아가면, 그를 둘러싼 미묘한 경쟁과 욕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가치는 추락해버린다. 매혹의 힘이었던 대상화가 누군가에 의해 소유됨으로써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영화 한 편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바로 <매혹당한 사람들, 2017>이다.(스포 주의)


영화 스토리는 이렇다. 부상으로 죽음 직전에 놓인 남자군인이 소녀에게 구조된다. 그는 7명의 여자들만 살고 있는 대저택에 머물게 된다. 대저택의 여인들은 낯선 남자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낀다. 7명의 여자들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게 하는 일은 짜릿할 것 같지만, 여성들은 한 명뿐인 남성을 철저히 대상화한다. 여성들의 시선은 인간성 배제한 채, 이 남성의 육체만을 향해 있다. 관능적이면서도 서늘하다.


여성들의 시선과 관심을 은근히 즐기는 남성의 표정을 보는 것은 영화의 재미 포인트다. 자신이 대상화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자신이 매혹적이라고 착각하는 남성의 모습은 '난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하는 경각심을 준다. 결국 남성 7명 중 1명과 잠자리를 하다가 적발되면서 그는 성적 대상이 아닌, 집단의 성가신 방해물로 전락한다. 여성들의 관심과 배려는 단순히 남성을 향한 성적 욕망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7명 중 누구도 그를 사랑한 사람 없었. 굳이 그가 아니라 다른 남성이었어도 여성들은 비슷한 욕망을 보였을 것이었다.


아무튼 이 글을 통해 하고싶은 말은, 매혹의 힘은 성적 대상화와 반드시 구분 지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가가 나의 인간성으로부터 매혹되었다고 생각하며 안심하다가, 실제로는 인간성이 배제된 대상화였음을 알게되는 반전을 맞이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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