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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뿌악 Oct 19. 2022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건데

누군가와 인연이 "닿기만" 하는 일은 참 흔한 일이 아닌가. 특히나 미혼의 신분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젊은 남녀라면 말이다. 왜 우리의 인연 중 대부분은 그저 아주 살짝 닿기만 했다가 이내 멀어지게 되는 걸까. 연약한 살결에 누군가가 살짝 닿기만 해도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호들갑을 떨었던 시절이 있었다만, 지금은 굳은살이 박여서 살짝 닿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이 그렇게 굳어버렸던 걸까.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연애의 기승전결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이내 작가라도 된 양, 혼자서 결론을 내리고 그 관계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 굳어버린 것은 마음이다. Just Do It. 의외로 성공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기승전결을 알고 시작했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행동력이 뛰어났다. 그저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사이를 얻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인사이트를 갖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소설 작가들은 글은 그냥 쓰는 것이라고 한다. Just Do It이다. 쓰다 보니 스토리를 알게 되고 캐릭터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에세이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쓰다 보면 글이 완성되는데, 그 글은 처음 예상했던 글과는 다른 내용이면서도 완성도가 높다. 나는 연애에 있어서도 유사한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느낌 왔으면 그냥 가봐야 한다. 예상이라는 것은 그럴듯할수록 보기 좋게 빗나가는 성질이 있다. 지금 당신의 시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이 그 연애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생사가 갈린 상황에서도 한심한 질문이나 하고 있는 기훈이형에게 동생 상우가 일침을 놓는 장면이다.

아니, 이 형 나이를 대체 뭘로 먹은 거야?



성기훈 : 그게 나였어도 밀었을 거냐?

조상우 : 하, 씨발, 아... 기훈이형!

형 인생이 왜 그 모양 그 꼴인지 알아? 지금 이 상황에도 그런 한심한 질문이나 하고 자빠졌으니까. 오지랖은 쓸데없이 넓은 게 머리는 존나 나빠서... 씨발, 똥인지 된장인지 꼭 처먹어 봐야만 아는 인간이니까.



아니! 나는 기훈이형을 응원한다. 만약 그것이 똥에 불과할지라도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똥도 겪어보면 배우는 것이 있으니까. 기훈이형은 결국 게임의 최후의 1인이 되었지 않은가. 예상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없다.


직접 들어가봐야만 볼 수 있는 수많은 것들, 그것들을 외면하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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