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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바람 Jan 30. 2024

AI 때문에 강사 안 한다는 K언니 좀 말려주세요

아직은 인간이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네

 2024년을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인공지능과 AI 때문에 불안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오늘 이 글은 이런 우리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켰는데 그릇을 머리에 인 로봇 저쪽에 보인다. 로봇은 탁자와 부딪히지 않고 소음 하나 없이 가까이 다가온다. 우리는 직원 없는 홀을 둘러본다. 안 그래도 혼밥인데 삭막하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이미 로봇이 단순 노동을 대체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평범한 한국 고등학생들보다 영어를 잘하는 파파고가 엊그제 시장에 나온 것 같은데, 이제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스칼렛 요한슨처럼 매혹적인 목소리로 영어를 읽어주는 AI음성 서비스가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영어 강사인 날 대체할 로봇도 곧 출시되는 건 아닌가 싶어 털이 곤두섰다. 모든 단어를 정확한 강세로 발음하는 AI를 어떻게 이긴담 말인가.

 그런 우울한 미래 예측을 무시하고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던 중, 영어만 놓고 볼 때 나보다 뛰어난 강사인 K 언니가 학원계를 떠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초에 이태리 음식점이었다. 드라이한 레드 와인잔을 검지와 중지로 받쳐 들고 취기가 올라올라오고 있었다. 무거워질 게 뻔한 대화 주제를 흘려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기어이 그 주제를 파고들었다.

 언니는 해외 생활을 오래 했고, 영어도 엄청 유창하고,
아이도 좋아하는데 왜 그만두려고 해?


 나는 그때 서대문구에 있는 대형 학원에 합격해 앞으로 일 년 간 강사 생활이 확정된 처지였다. 단세포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다. 경쟁 심한 학원계에서 경쟁자가 줄면  ‘쌍수 들어 환영할 일’ 아닌가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날 나는 나서서 언니를 말렸다. 그리고 K 언니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AI였다. “나는 좀 먼 미래를 봐.” 언니가 말했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직종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 중인 사람이 언니만은 아닐 것이다.

 첫째,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정말 대체하려면 백 년은 걸릴 것이며, 그때쯤 나는 높은 확률로 세상에 없을 것이다. 대단한 근거가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단지 마이크로 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가 쓴 책을 읽으며 했던 생각이다. 마이크로 소프트 CEO라고 하면 사티아 나델라가 누굴까 싶을 것이다. 그래서 표현을 바꿔본다면 사키아 나델라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지능 높은 기계 천재 중 하나이며, 모두가 알다시피 오늘의 세계는 이들이 지배했다. 사키아 나델라가 말하는 현재는 사악한 인공지능의 출현을 눈앞에 둔 시점이 아니었다. 컴퓨터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순간이 2100년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예언가와 예언이 공상과학소설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부딪히는 세상이 오늘날이었다. 이런 현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언니의 걱정은 시기상조였다. 1)




 두 번째, 우리에게 인공지능이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 또한 우리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가 나이 들어가며 공통적으로 목격하는 현실은 똑똑한 사람들이 사회 계층 꼭대기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욕심 많은 우리는 평생교육원을 방문하거나 우리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며 지능을 계발한다.

 인공지능과 관련해 최근 논란이 되는 주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인데, 애초에 이런 비교가 가능하려면 인간의 지능을 수치로 나타낸 IQ 테스트가 정확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런가?

 IQ 테스트는 한 사람이 ‘새로운 학문을 얼마나 빠르게 배우느냐’를 보여주는 것이지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하고 인내심 있게 그 분야에 남을 것인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IQ 테스트는 노래하는 영어 강사인 내가 영어 학습을 응용해서 보컬 발성을 배워낸 경험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처럼 동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두 분야가 연결되어 혁신적인 성과를 내는 일은 내 개인적인 경험 하나가 아니다. 학계와 시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따라서 인간이 로봇을 IQ 테스트로 이기지 못한다 할지라도, 로봇이 모든 영역에서 영리한 인간을 이길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가까운 미래라면 더더욱 그렇다.

 인공지능이 똑똑한 인간들 전부의 자리를 꿰차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더불어, 인공지능의 세상에서도 숙련된 사람들의 역할은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IQ 테스트가 오랜 시간 동안 산업에 남아 경험과 통찰력을 두텁게 쌓은 사람들의 능력을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 오랜 시간을 견딘 사람들이 실제로 높은 성과를 내면서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IQ의 높고 낮음이 직업의 귀천과 수입을 결정하지 않는다. 직업의 귀천이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여부를 보여준다면 직업의 수입은 시장이 그 직업에 매긴 가치라고 볼 수 있겠다. 고학력 대학졸업자가 취업을 못하는 것과 같이 최첨단 고지능 인공지능이 소비자에게서 외면받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겠다.

 이론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피부로 와닿게 서술한다면, 나는 이 년 전에 창원의 직장인 밴드 동호회에 있었다.  동호회에는 피부 테라피스트부터 필라댄스 강사, 재무설계사와 트럭운전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대부분이 나와 세대가 달라서 가까워지지 못했다면 나와 나이가 비슷해 가까웠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직업은 용접공이었다.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의 유명한 강연 자료를 참고해 볼 때, 직업으로 매긴 그 친구의 아이큐는 95-98 사이이다. 영어 강사인 나의 아이큐는 110-115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점점 그 친구가 답답했고, 그 친구는 꿍해 있는 내 표정에서 눈치를 보았다. 2)


미안. 내가 답답하지?

어느 날 그가 사과했다.
왜 내가 답답할 거라고 생각해?
나보고 답답하다고 말한 사람들이 많았거든.

 그때 밴드 동호회는 회원들이 긍정적인 말만 주고받는 문화를였다. 누군가의 어리석음을 보았더라도 솔직하게 비판하는 사람이 없었다. 작은 성장에도 ‘연예인이네, 노래 미쳤네’와 같은 과한 칭찬을 퍼붓던 곳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를 못 본 척하고 어물쩍 넘어갔다. 그런 문화 속에서 내가 만난 용접공만 세 사람이었다. 용접공이란 이유만으로 내가 그들보다 머리가 좋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저 수치는 평균치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에게 그들이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악기, 운전, 엔지니어링, 간식, 응원,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했다. 함께했던 프로젝트에서 나는 그들에게 의견을 구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나만의 경험을 연마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장에 걸쳐 적어도  부족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이 실용적이기 위해선 강도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싼 가격에 대량 판매만 된다면 핸드폰만 들고 세계 여행하는 세상라도 올 것처럼 흥분한다. 하지만 기술이 그 단계까지 가려면 말 그대로 엄청난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운 좋게 그 시간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아이폰을 영화 제작에 활용하는 대학생과 커다란 편의점 결재 내역을 문자로 받을 때만 사용하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같은 AI 비서를 채용한 사람이라도 그 AI와 어떻게 협업하는가에 따라 연 매출이 다를 수 있음을 뜻한다. AI를 얼마나 끈기 있게 공부하고 활용하는지에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려 있다. 여기서 기술을 학문처럼 끈기 있게 다루는 것이 관건이다. 그 끈기만 놓지 않는다면 AI가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나는 오늘부터라도 우리가 좋은 영어 강사가 되려고 커리어를 개발한다면 AI가 시장에 나왔을 때에도 자리를 보전할 거라고 믿는다. 2024년 1월인 현재 시점에 하는 말이다. 내년, 내후년이 된다면 또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바꾸는 변수는 늘 나타나니까.

 이에 대한 근거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대체하게 하는 것은 백 년은 더 걸릴 사업이다. 둘째, 우리 또한 인공지능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서로 필요하다면 상호 협조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 셋째,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나는 당신이 조금 덜 불안했으면 좋겠다. 아직 오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확실한 오늘의 직장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신

첫째. 주 1회 연재, 1년 책 쓰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영어 강사의 눈으로 보는 흥미로운 토픽들을 전달합니다. 시사와 내러티브, 전략과 전술,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에서 적당한 밸런스를 맞추어 보겠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같은 퀄리티와 분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독자 님들의 반응은 저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구독과 라이킷 댓글 부탁드립니다.


둘째. 건강한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모든 콘텐츠에 질문을 남겨 놓겠습니다. 질문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눠 주세요. 이번 질문은 이렇습니다.


'AI가 직장에서 당신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어째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참고 문헌

1) 히트 리프레시, 사키아 나델라, 흐름 출판, 2018

2) 유튜브 조던 피터슨의 일기장 "아이큐는 지능순? IQ에 따른 직업들 조던 피터슨 ㅣ 한영자막"

https://www.youtube.com/watch?v=hrjIDs49AdU&t=1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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