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쯤이면 타팀으로의 이동이 가시화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분위기로 봐선, 빠르면 6월, 아니면 7월쯤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옮겨질 것 같다. 내 후임자는 이미 기존 일을 정리하고 대기 중이다. 애초에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 거라는 말은 들었기에 놀랍진 않지만, 막상 겪고 보니 생각보다 더디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든다. 일이 진행되긴 하는 건지, 아니면 또 어딘가에서 멈춰 있는 건지, 요즘은 그런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내 이동을 막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결원 문제야, 공고만 내면 금방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처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택배 일자리조차 쉽게 얻기 힘든 게 현실이니까.
택배 일을 그만두고 버스 운전을 하러 간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그냥 적당한 핑계를 대고 떠나는 거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대형면허를 취득했고, 이제는 버스운전자격증을 위해 교육을 받는 중이라고 했다. 요즘은 버스 운전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 교육 일정도 한 달 정도 밀려 있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꽤 디테일한 설명이었다. '정말 그만두려는 건가' 하고 되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진심처럼 느껴졌다.
결국 이대로라면 6월, 아니 7월쯤이 되어야 본격적인 이동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 역시 쉽게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건, 불확실한 미래와 당장 필요한 생계 때문일 것이다. 내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어차피 그만둘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고, 전력을 다해 다음 일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그는 좀 더 신중하게 움직이려는 듯했다.
이런 정황은 후임자에게도 솔직하게 전했다. 그는 그저 "확실한 것만 알 수 있으면 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사실 나도 그에게 이 자리를 권한 입장이니, 어느 정도 책임이 내게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더 신경이 쓰인다. 내가 확실히 옮기지 못하면, 그도 괜히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 그렇다.
휴식이 조금은 필요하다는 후임자는, "확실하기만 하다면 알바를 하든 뭘 하든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들으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단 하나, 이번에는 무조건 팀을 옮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전하는 것뿐이었다.
반면, 그만두겠다고 공언한 동료는 요즘 한창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다. 어떤 회사는 바로 출근해도 된다고 했고, 다른 곳은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행동력을 보고 있자니, 나도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걱정되기도 했다. 겉으로는 태연한 듯, 자신을 불러준 회사가 있다고 말했고, "우리 나이에도 아직 갈 곳은 많다"며 이전 경력을 자신 있게 내세웠다. 하지만 말을 듣는 내내, 어쩐지 그의 말 너머로 같은 세대의 불안과 절박함이 희미하게나마 전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티고 있는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예전 술자리에서도 느꼈지만, 그는 자신만의 생각을 곧잘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결국엔 원하는 바를 이뤄낼 거라고 믿는다. 다만 그가 떠나기 전에, 한 마디는 전해두고 싶다. 혹시 다시 돌아올 마음이 든다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마 그때쯤이면 나도 다른 팀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을 테니, 그가 돌아올 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만 내가 이곳에서 지켜본 그의 성향을 떠올리면, 남 밑에서 일할 때보다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 훨씬 더 빛을 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한 감정이 정리될쯤 이제는 그 동료의 자리에 들어오는 사람때문에도 고민이 앞선다. 당장 다음주부터 그 동료의 구역을 들어가야 되는 사람이 어째서인지 인수인계도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일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해서 미루면 당장 다음주에 그 사람이 빠지고 완전히 구역을 인계받으면 어떻게 소화를 할지 걱정이 앞섰다. 한두번 갔다온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다르기에 그렇다.
그는 혼자다. 함께 코스를 짜며 상의할 동료도 없다.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한다. 물론 경력이 있으니 어느 정도는 할 줄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아마 내가 직접 해본 경험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 역시 그 구역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은, 말 그대로 구역 초심자다. '그때 가서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덤볐다가는, 예상보다 훨씬 큰 벽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배송 물량이 적을 때면, 물량이 많은 동료들이 부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들의 수량과 수수료만 바라보며, 나도 그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막상 그 현실을 마주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금세 깨닫게 된다. 예상보다 빨리 내 끈기와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결국엔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게 울분과 분노가 쌓이기 시작하면, 더 이상 그 일을 지속하는 게 쉽지 않다.
어쩐지 조만간 그가 내게 손을 내밀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야 분명 있지만, 그게 진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에게는 분명 한계란 게 있기 때문이다. 설령 구역이 익숙해지더라도, 눈에 띄게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애초에 이 일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다.
그래서 이전 동료도 결국 그 자리를 버텨내지 못하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물며, 그보다 다리 상태마저 좋지 않은 그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아마 구역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누구나 눈에 불을 켜고 힘든 지역을 피하려 들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시간 오래 걸리고 체력 소모가 큰 구역을 누가 먼저 맡고 싶겠는가.
여러 동료들이 내 이동을 감지한 듯, 요즘 부쩍 말을 거는 일이 많아졌다. 어쩌면 그들도 내가 이 팀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이제는 내 꿈을 위해 현실을 조금 조정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더더욱 고민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이미 결심했다.
조금 늦어지고 있을 뿐, 나는 분명히 옮길 것이다.
그 결심 하나로, 오늘도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