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우리편은 없다

by 대건

쿠팡은 쉬지 않는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세상이다. 주 7일 배송이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주 5일이라는 시간을 지켜왔다. 남은 이틀만큼은 내 시간이라는 생각, 그게 우리가 버티는 마지막 이유였다.


그런데 회사는 적자라고 말한다. 물류 경쟁은 더 빨라지고, 세상은 계속 달리고 있는데 우리만 멈춰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그 말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우리가 잘못 살았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3월이 되자 회사는 바빠졌다. 물건이 많아서가 아니다. 계산이 많아졌다. 노란봉투법을 앞두고 연구용역을 맡겼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외주가 효율적인지, 직고용이 위험한지 그런 것들을 숫자로 따지는 작업이라고 한다.


우리가 매일 길 위에서 흘린 땀은 그 보고서 안에서 숫자가 된다. 그리고 그 숫자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와 협상의 근거가 된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우리인데, 정작 우리는 그 계산 속에 들어가 있지 않은 느낌이다.

재계약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회사와 노조의 긴장도 높아졌다. 서로 자기 입장을 이야기한다.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고 말하고, 노조는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 사이에서 들려온 건 노조비 인상 이야기였다. 회사는 돈이 없다고 말하는데 노조는 더 걷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쪽 이야기를 들어도 결국 빠져나가는 건 내 월급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구역은 넓다. 대신 물량은 많지 않다. 효율적으로 보면 좋은 구조는 아니다.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기름값도 많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일을 계속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주 5일이었기 때문이다.


이틀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만큼은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시간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디까지 내놓아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한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사실 짐작이 간다. 협상을 위해 만들어진 보고서라면 그 안의 숫자는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현장은 보고서 안에 있지 않다. 길 위에 있다. 우리가 매일 겪는 피로와 시간, 그게 실제다.

예전에는 뭉치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도 있고 노조도 있으니까 어딘가는 우리 편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회사도 자기 입장이 있고


노조도 자기 입장이 있다.


결국 길 위에서 일하는 사람은 우리다.


회사와 노조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내일도 우리는 차에 시동을 걸고 길로 나간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물류의 세계에서


우리 편은 정말 있는 걸까.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대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무엇이든 자주 생각하고 곱씹으면, 그것이 마음의 성향이 될것이다"

58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3화기계처럼 배송